EP4. 봄의 어원

천 개의 문장 속으로

by 미래지기

5만여 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거느린 한 브라질 작가의 책, <o livro dos ressignificados>을 꺼내 들었다. 200여 개 단어를 골라 작가의 감성으로 다시 쓴(ressignificado) 단어 사전 같은 책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오히려 시집(時-, livro de poesia)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재정의한 primavera라는 단어를 하나 읽어보자.


primavera (s.f.) é a promessa que fez o universo de que tudo o que vai, volta. é a prova de que naturalmente a felicidade é um ciclo e sempre vai se concluir. é ver o mundo virar um jardim, e você ainda ser a flor mais querida da minha vida. é quando floresce saudade em mim.

<o livro dos ressignificados, p25>


봄은 모든 것이 돌고 돈다는 우주의 약속이다. 행복도 주기가 있고 반드시 그 끝이 있다는 자연스러운 증거다. 세상이 정원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때다. 내 안의 그리움이 피어나는 때다.


이 책을 보고 떠오른 책이 있다. 이외수의 <감성사전>이다.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감성사전인데 봄이 빠질 리가 있나?

이외수 작가는 봄을 어떻게 느꼈을까?


봄 : ... 봄은 겨울을 가장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소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을 자라게 하고 소망의 가지들이 소생해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 그러나 세상에 아무리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 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감성사전>


계절어 ‘봄’의 어원은 ‘보다(見, ver)’에서 왔다고 한다.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을 말한다. 프리마베라, 그러니까 라틴어에서 유래한 포르투갈어 ‘봄’엔 무슨 속뜻이 있을까? Primavera는 prima와 vera의 합성어다. 여름(verão) 전(前, prima)에 오는 계절이 바로 봄인 것이다. 라틴문화에서 계절의 주인은 여름이 아닌가.


때마침 9월이다. 브라질의 봄은 9월에 시작된단다. 길고도 우울했던 겨울이 이번에는 정말로 끝나게 될까? 올봄에는 무엇보다 마음의 옷을 먼저 갈아입어보자. 그리고 문을 열어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자.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봄의 언어가 되면, 세상이 정원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낱말의 의미는 언어의 사용에 있다.”
<천 개의 문장들, p53>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O significado de uma palavra é seu uso na línguagem.”



계절이 바뀔 때 읽는 책
<천 개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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