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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Mar 24. 2022

출력한다. 고로, 나는 증명된다.

읽는다는 것은 여정의 시작이다.


어디에선가 들은, 아니 어디에선가 읽은 흔한 말이 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보면 된다."


그렇다. 입력은 중요하다. 그런데, '기록'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는 "입력은 출력을 전제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책을 읽고 난 뒤에 그 내용을 단 한 줄로라도 정리해서 장기 기억으로 저장해 놓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읽은 내용은 기억 넘어 먼 곳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느냐는 것은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읽은 내용을 소화시켜 에너지로 저장해 놓는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후기를 쓰는 일.

'북튜버'가 되어 영상을 만드는 작업.

독서 모임을 통해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활동.

책의 내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려는 노력.

책의 내용을 나만의 시각으로 편집해서 다른 책을 만드는 자가출판.


읽는 게 최종적인 목적이라면 사람들은 위와 같은 일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도 누군가 열심히 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입력의 목적은 출력에 있다. 이 둘은 순환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읽는다는 것은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오래전에 어울렸던 한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기회가 날 때마다 자신이 배운 여러 가지 이론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했다. 뭘 물어보기만 하면 음파, 중력, 기하학 같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을 적용해서 설명하는데, 거기에다 한국어까지 서툴렀으니 이를 좋게만 보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친구였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친구는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학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To teach is to learn twice." 
- Joseph Joubert 


먹는 게 남는 것이 아니라 출력이 남는 것이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한 말이지 내가 읽은 책이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한 행동이지 내 과거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지 내가 배운 지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양질의 입력이 양질의 출력을 담보하니까. 내가 읽은 책으로 인해 말과 행동이 결정된다. 나의 과거는 더 이전에 했던 행동에 의해 결정된 미래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도 시간이 지나면 지식의 일부로 흡수된다.


양질의 입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양질의 입력을 확보하는 능력, 즉 안목은 출력이 곧 입력이 되는 '되먹임(feedback)' 속에서 키워진다.


▨ 미래지기


https://brunch.co.kr/@mirejiki/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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