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지기 Sep 30. 2022

인공지능의 '그림 쑈'

인류의 유산은 모두 딥러닝이 소유하는가?


  '달빛 화가'로 알려진 존 앳킨슨 그림쇼(John Atkinson Grimshaw, 1836 ~1893)를 알게 된 건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였던 그는 밤 하늘 특히 달빛 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을 묘사했다.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색체와 연출에 매료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상상으로만 그려 오던 풍경이 보란듯이 눈 앞에 펼쳐진 놀라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The Old Hall Under Moonlight, 1882 - John Atkinson Grimshaw


그 후로 수 년이 지났다.

그리고 Stable Diffusion이라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만났다.


이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화가'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을 때 영어로 묘사하기만 하면 된다. 그림은 딥러닝이 '알아서' 그려 준다. 사진에서부터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일러스트에서 만화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주문만 하면 그림이 창조되는, 마법과 같은 'Text-To-Image' 알고리즘이다. Stable Diffusion은 구글 드라이브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DreamStudio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 낸 그림의 저작권은 CC0이다. 퍼블릭 도메인 라이센스라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사이트 주소는 이 글 맨 아래에 있다)




인공지능에게 달빛 화가처럼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1분도 안 되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작품이 탄생되었다.









  세상에 발을 딛고 현실 속에서 경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서 그런 것일까? 사람은 인공지능에 비하면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현실에 가장 가까운 그림은 사진이다. 사람은 인공지능이 그려낸 사진 속에서도 '사진 같지 않음'을 찾아낸다. 사진은 '현실의 반영'이지만, 그림이란 근본적으로 '허구의 구현'이 아닌가?



'찍었다'라고 한다면 리터칭을 한 게 아니냐 또는 연출이 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그렸다'라고 한다면 정말 잘 그렸다는 칭찬 세례를 받을지도 모를 이미지들. 그리고 그런 이미지 속에서 발견되는 '비현실적' 오류는 창작자만의 개성이자 화풍으로 인정된다. 전산실에 날아든 작은 나비 한 마리는 21세기에서 딥러닝의 화풍으로 거듭난다. 이런 멀티버스가 또 있을까? 사진이 곧 회화가 되는 세계. 바로 디지털 이미지의 세계이며, 인공지능 예술의 세계다.


https://brunch.co.kr/@mirejiki/60




  인간에 대한 에러 깃든 묘사와는 다르게 인공지능이 그려낸 사물과 풍경은 사진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감탄스럽다. 정물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은 말 할 것도 없다.















  사진을 한 장 골랐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진을 회화로 만들었다. 이 정도의 이미지는 딥너닝이 아니라도 가능하니까. 이 그림을 인쇄해서 붓으로 덧칠을 하면 팔 수 있는 미술 작품이 될까?



원본은 어떤 사진일까? 딥러닝이 만든 사진이다.



조만간 인공지능 아트 전시회를 한 번 열어야 할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


그렇다면 창작자로서의 나는 무엇을 액자에 걸어야 할까? 인공지능에게 서술한 명령어가 아닐까? 마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말이다.



https://beta.dreamstudio.ai/home

▨ 미래지기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리즘 회화, 그리고 인스타그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