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무정부(?) 상태라도... 내 쥐꼬리 내놩....
오늘 글은 제가 좀 빡쳐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월급날. 월급이 안 들어왔다. 18시가 넘은 상태. 혹시 은행 어플이 잘못된 건 아닌가, 로그아웃도 해본다. 전혀 아니었다. 대체 언제 들어오지?
...그리고 이건 최근 3달간 반복되었다.
나의 월급은 연구비에서 나온다. 학교에서 주는 것 아니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월급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심심하면 밀린다. 그래, 요즘 무정부(?) 상태이니 봐준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로스쿨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야, OO부가 내 월급을 3달째 밀렸는데 지연이자는 얼마냐?"
"(계산해보더니만) 몇 천원?"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연구비 월급 밀림'. 그러니 2018년에 ibric에 작성된 글이 보인다. 나 같은 경우가 꽤 많았다. 아니, 근데 지금 2025년인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어??
내 경험과 인터넷 글을 종합해 보았을 때 월급이 밀리는 일은 아래와 같은 경우에 발생한다.
첫째, 연구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할 때. 첫 달은 100% 확률로 밀렸다. 이게 프로젝트를 따내면 참여하는 연구자들 인건비를 조정하고 각각 계약서 쓰고 그거 검토하고 뭐하고 그러느라 한 달이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첫 달은 월급이 나오지 않고 두 번째 달에 두 번 나온다.
이건 해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2024년 2월에 끝나는 연구가 2025년 3월부터 새로운 과제번호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과제번호가 바뀌었기 때문에 계약서를 다시 써야한다. 그러면 계약서를 반드시 1월이 지나기 전에 내야 2월 내로 해결이 되어서 3월부터 제대로 월급이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2월에 서류를 내면 3월 월급은 없다. 젠장!
둘째, 시스템 에러. 올해 1월에 뉴스가 매우 크게 떴던 사건이 있었는데, 나라장터 오류이다. 뉴스는 조달청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나와 상관 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월급이 두 달 밀리고 나서 문의를 해 보니 '나라장터 시스템 오류로 선금 입금이 지연되어...(하략)'라고 적혀있었다. 뭐... 요즘 세상에 아날로그로 처리를 해달라고 할 순 없고... 시스템이 고쳐지길 하염없이 기다렸던 것 같다.
셋째, 알 수 없는 문제. 'OO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아니, 그니까 그 내부 사정이 뭔데? 담당자 퇴사? 인수인계 에러? 시스템 에러? 서류 누락? 대체 뭔지도 안 알려주고 일단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이런 게 마음에 안 든다. 사실 위에 소개한 두 가지 경우는 그래도 납득이 되고 언제쯤 끝나겠구나, 예상도 되는데 이건 정말 감이 안 잡힌다. 그런데 어쩌겠어, 밥 한 끼 먹으면 사라질 만큼의 지연이자 받겠다고 신고할 수도 없고...ㅋㅋㅋ
참고로 대학원생이라면 이런 일을 좀 덜 걱정해도 된다. 안정적인 인건비를 위해 학생들은 인건비 풀링제가 있다. 난 학생이 아닌 연구원 신분이라 해당되지 않을 뿐이다.
연구비에서 나오는 월급은 밀리는 걸 대비해야 한다
내가 첫 월급 타고 적금 얼마나 넣지? 계산하고 있을 때 엄마가 그랬다.
"지금은 많이 하지 말고, 통장에 얼마 이상 쌓일 때까지 기다려. 상황은 늘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유동성 있는 돈이 그 정도는 필요해."
엄마 사랑해용... 엄마 말 안 들었으면 난 이번달 텅장이야...
그럼 얼마나 대비해야할까? 내 경험상 한 3개월 밀리는 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인터넷 보면 6개월씩 밀리는 경우도 있던데, 흔한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안 밀릴 때 통장에 열심히 쌓아둬야 한다.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다들 화이팅하세요!!
p.s. 그래도 그저께 밀린 거 다 들어왔다.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