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무질서 사이
학생이다 보니까 책상에 앉아있을 시간이 참 많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야간 자율학습 시간마다, 집에서는 공부할 때마다. 그래서 책상은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책상은 작은데 그 위에 둘 책은 많고, 어떤 순서로 둬야 할까,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는 매주 책상 정리를 하지만 집에서는 가끔 책상 정리를 한다. 책상 정리를 다 하고 나면, 깨끗하니 기분이 좋다. 그런데 그다음에 앉아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자꾸만 걱정이 된다.
'책 이렇게 꺼내 놓으면 또 더러워질 텐데.'
'지우개 가루 많이 만들지 말아야지. 청소하기 힘들어.'
'왼쪽에 필통, 지우개는 필통 아래에 두고, 샤프는 오른쪽...'
한 마디로, 공부 중에도 정리벽이 생긴다. 그래서 공부가 잘 안 된다.
책상 정리를 안 해서 더러운 책상의 경우도 역시 공부가 잘 안 된다.
'어? 내가 00책 어디다 뒀더라?'
'책꽂이에서 꺼낸 ΔΔ책, 둘 곳이 없네... 여기 위에 쌓아놓자.'
난잡해서 공부가 안 된다. 책상은 점점 좁아져 가고, 답지와 문제집이랑 따로 놀고...
'적당히' 더럽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깨끗하다를 흰색으로, 더럽다를 검은색으로 보았을 때 나는 연한 회색이어야지 공부가 잘 되는 것 같다. 물론, 앞에 와이파이 연결이 된 태블릿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태블릿은 공부하는 데 있어서 나에게는 새하얀 백색이다. 검은 책상 앞에서 태블릿이 있으면 책을 찾지 않고 pdf를 찾으면 더 빨라서 공부에 도움이 되지만, 와이파이가 연결될 경우 공부를 방해한다. 그래서 나에게 적합한 정도가 연회색 정도라 생각하면 태블릿은 흰색이다. 와이파이가 연결이 안 된 태블릿도 새하얗지는 않아도 흰색이다. 괜히 아무 일도 없는데 들여다보게 만드는...
물론 남이 보기에 나에게 적합한 책상은 진한 회색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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