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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Oct 11. 2020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

개에게 물리고 나서 백신을 맞는 이유

백신: [의학] 전염병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면역을 얻기 위해 쓰는 항원(抗原). 이것을 접종함으로써 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얻으면 병이 예방되고 병에 걸려도 가볍게 낫는다. -다음 국어사전

세상에는 맞아야 하는 주사가 너무 많다. 아마 건강한 사람이 주사를 맞는다 하면 예방접종 때문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예방접종은 병에 걸리기 전에 백신을 맞는 것인데, 미리 비실비실한 병원체나 죽어있는 병원체의 일부 혹은 전체를 몸에 주입시켜 우리 몸에 그에 해당하는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어릴 때 위인전이나 과학책 등을 보면 백신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경우가 있었다. 보통은 제너의 우두법이나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이 제일 흔히 소개된다. 그리고 나는 광견병 백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의문을 품었다.

비즈니스 워치,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7월 6일, 1885년
파스퇴르, 광견병 백신 성공
1885년 7월 6일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가 미친개에게 물린 9세 소년에게 광견병 백신을 주사해 “손쓸 도리가 전혀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비웃듯이 소년을 살려냈다.

출처: 비즈니스 워치 박상철 일러스트레이터, [오늘의 인물] 파스퇴르, 광견병 백신 성공, 2015.07.06. http://news.bizwatch.co.kr/article/ceo/2015/07/03/0015

위에 첨부한 내용은 인터넷에 '파스퇴르 광견병'이라고 검색해서 나온 것으로, 딱 광견병 백신의 일반적 소개를 잘 담고 있다. 여기서 어릴 때 내가 궁금했던 것은, '백신은 미리 맞고 면역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개에게 물린 소년에게 백신을 주면 무슨 소용이 있지?'라는 것이었다. 이미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백신을 주다니. 그런데도 치료가 되다니. 하지만 난 더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그리고 지난 학기 미생물 시간이었다. Rabies virus, 광견병 바이러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발표자료도 영어고, 교수님 말이 워낙 빨라서 정신없이 수업을 듣는데 딱 백신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교수님이 말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견병 잠복기가 길고,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가 근육에 국한되어 있으므로 백신을 맞혀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광견병은 5단계를 걸쳐 심해진다. 가장 첫 번째 단계가 잠복기로, 바이러스가 물린 그 부위의 근육에만 존재하는 시기로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잠복기는 대략 60일에서 1년까지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어디를 물리냐에 따라서 더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추신경계와 가까운 얼굴이 다리보다 잠복기가 더 짧다.

광견병의 단계; 교수님 PPT를 번역했다.

그렇기 때문에 광견병 바이러스 보유 중인 동물에게 물린 후 광견병 백신을 맞게 되면, 잠복기 동안 백신이 먼저 면역을 활성화하여 나중에 병이 발현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얼굴을 물려버렸다면? 백신보다 바이러스가 먼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병이 심해질 수 있지 않는가?


그래서 광견병이 의심되면 주사를 두 방 맞아야 한다. 

첫째, 방금 들어온 병원체를 중화시킬 수 있는 면역글로불린. (최근 이야기가 나오는 항체치료제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둘째, 병원체보다 먼저 면역을 형성하게 해 주는 백신


그러니까 결론은 동물에게 물리지 말자.

   

물린 것도 서러울 텐데 주사도 두 개나 맞아야 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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