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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Jun 26. 2024

성찰의 계기

여덟 번째 편지. 해로운 깨달음에 대하여

아, 난 왜 이런 일에 일희일비 하는가.


저 놈들이 뭐라고

초반 14점을 얻어놓고

에이스 투수라는 놈이

결국 15점을 내주는 꼴을 보며

화를 내고

또 실성한 듯 웃다가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양

해탈한 마음이 되어

드디어 글 쓸 생각을 하는가.


난 요즘 글을 쓴다는 핑계로

책도 읽지 않고

브런치에 쓰는 글도 쉬고 있다.


글을 쓴다는 핑계는

글을 쓰지도 읽지도 않을 좋은 핑계가 되는데

왜 야구를 안 볼 핑계는 되지 않는가.


아, 저 해로운 공놀이는

왜 매일하고

난 이 매일하는 공놀이 때문에

욕이 늘고

인성이 파탄나고

글쓰기가 밀리고

그러면서도 내일 또 기웃거리는가.


1위는 초반 14점을 내고도 못 이기고

2위는 하루 종일 1안타만 치고 진 날

대체 누가 더 열불을 내야 하는가.


내 평생 야구를 보며

야구 최고의 명언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얼마 전 예능에 나온 유튜버 일주어터님이

"누가 야구를 즐겁게 봐요."

라고 하는 걸 듣고

아, 저것이 진정 명언이구나 했더랬다.


즐겁지도 않은데

대체 야구의 존재목적은 무엇인가?


그래, 역시나 이래놓고 또 내일이면

또 야구를 기웃거릴 내가 문제다.


다 내 잘못이다.


202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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