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편지. 글을 남긴다는 것에 대하여
사실 어제 새벽 나는 모르는 이의
무신경함에 대하여 글을 썼다.
그의 사소한 무신경함을
어울렁더울렁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한,
너그러운 개국開國의 심정으로
넘어가주려 하였으나
나뿐 아니라 여기저기 무신경한
사람이어서 참을 수 없었노라고
글을 썼다.
약간은 비웃으며,
저래서 뭘 하겠느냐고
평까지 달아가며.
오늘 난 그 글을 차마 남기지 못하겠다.
나름 웃긴 글이라 생각했는데
남의 실수를
어울렁더울렁 넘어가주려 했다는
알량한 관용까지 붙여가며
더더욱 몰아붙이는 나의 옹졸함은
하루가 지나자
눈뜨고 못 볼 글이 되고 말았다.
글을 남긴다는 것은
정말 마냥 부끄러운 일이다.
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럽다 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부끄러움을 다 모른다는 뜻이다.
하얀 종이를
하얀 지우개로 닦고 또 닦아
결국 뻥 뚫린 구멍이 되었을 때
나오는 부스러기 같은 것으로
글을 쓸 순 없을까?
그건 아무도 읽을 수 없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텐데.
2024. 0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