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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Mar 22. 2019

세월: 흘러가는 시간

세월: 흘러가는 시간

#1
요즘 나는 흐르는 세월에 마음 졸이며 삶이 아닌 그저 '시간'만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의 위태하게 얇아진 세월,
남편이자 베프인 송사마의 겸손해진 세월,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가야 하는 수미의 세월,
'피곤해, 피곤해'의 고3 훈이의 세월..
사랑하는 이들의 세월이 꾀죄죄 갱년기 내 세월과 얽히고설켜 내 시간은 어느 시점에서 뭉쳐버린 실뭉치 같다.
모양새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형벌이자 보상이라지.
오늘도 감사하게 찡찡거린다.

#2
"엄마? 뭐해? 잤어?"

점심식사 후 운동장을 걸을 땐 늘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한테 하는 첫 말은 매일 똑같다.
엄마는 낮잠을 많이 자서 밤잠을 잘 못 자는 이른바 '아기 수면 패턴'을 갖고 있다.
점심때마다 엄마가 긴 낮잠을 못 자게 전화를 걸어 방해를 한다.

"으응. 아니, 안 잤다."
"뭘, 잠 잔 목소린데? 잤제?"
"안 잤다 캐도!"

달게 자는 낮잠을 깨워서 짜증이 나신 건지, 질책하는 듯한 내 목소리에 짜증 나신 건지, 나의 송집사님께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신다.

"크크크, 엄마아~ 오늘은 공기도 깨끗하고 날씨도 따뜻하니 참 좋네. 어여 나가서 좀 걷다가 오셔~"
"응, 쪼매 더 자고 나갈라꼬.."

지난해부터 부쩍 쇠약해지시고 노인성 우울증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신 울 엄마의 요즘 세월엔 낮잠만 한 해피타임도 없지 싶다.
그래, 울 엄마의 낮잠이 오래오래.. 오래오래 이어지면 참 좋겠다. 친절한 세월로 말이다.

세월.. 흘러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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