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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Feb 24. 2016

엄마 10, 아빠 10

#딸에게 받은 용돈



"엄마 10, 아빠 10~"

언뜻 들으면 욕 같은 이 짧은 말은 무뚝뚝한 딸이 쭈뼛거리며 '감사합니다' 봉투를 건네면서 한 말이다. 봉투 속엔 단아한 신언니가 넉 장 들어있다.


수능을 친 후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시급 5,580원을 받고 짬뽕집에서 하루 다섯 시간씩 알바를 한 딸이 번 돈은 약 54만원이다. 생애 처음 제 손으로 번 돈 중 20만원을 빳빳한 신사임당 언니로 선물한 수미송.
송사마는 힘들게 번 돈을 왜 엄마 아빠에게 주냐며 안 받겠다고 하는 데 나는 잽싸게 그의 입을 쳤다. 입을 한 대 맞고서도 그의 말은 계속된다.
"어, 그럼 엄마만 줘. 아빠는 됐.."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나는 송사마 입을 한번 더 치고 봉투를 낚아챘다.

"이렇게 귀한 건 사양하는 게 아니야~, 이건 엄마가 코팅해 놓고 두고두고 감상할게. 고맙다, 수미~"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목구멍으로 뭔가 울컥하며 뜨거운 것이 올라와서 이미 내 소리는 떨리고 축축하다.

나는 딸에게 재수를 권했다가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 평소의 말과 다른 엄마에게 실망이라고 했다.

아이 중학생 때부터 '학부모'에서 '학'을 뗀 '부모'로서 살기로 했건만, 막상 딸이 유명 대학 몇 곳을 아쉽게 떨어지고 합격한 지방대학으로 가겠다니 속이 상했다. 고백컨대 ,나도 별 수 없는 학부모였던 것이다.

수미송의 일갈에 결국 나는 '학'을 뗀 부모의 마음을 다시 찾았고, 딸은 합격한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가기로 했다.

두 분 할머니를 비롯해 친가 외가 삼촌, 이모들로부터 받은 각 종 장학금과 등록금으로 따로 놔두었던 돈을 딸 통장에 넣어주니 그 액수가 상당하다. 그 돈은 방학 때 엄마아빠에게 손 안벌리고 배낭여행 경비로 쓸 거라니 슬쩍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 굴뚝은 일단 막아 놓겠다.
수미송 통장에 든 금액이 아무리 많아도 심정적 액수는 엄마 10, 아빠 10을 못따라 온다.
아빠 10은 어차피 엄마꺼라는 불편한 진실은 수미도 알겠지,,

"다음에 언제 또 돈 벌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또 줄게."

무심한 듯 툭 한마디 던지곤 친구들과 서울, 전주, 대구, 제주까지 국내여행 한다며 배낭 매고 나간 딸을 보니 뭘 하든 지 밥벌이는 할 것 같다.

늙어 내 소원은 자식들이 남편과 나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 깜냥을 갖추는 것인데 벌써 10씩 받으니 참 좋다.
머지않은 날 또 받아봤으면 좋겠다.

엄마 10, 아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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