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의 노래 May 11. 2016

솜사탕과 쌀 한 가마니

#마누라는 무거워, #남의 여자는 가벼워, #문여사와 남자 1호

<어제>


"여보, 업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남자 1호가 문여사에게 말한다.

발단은 문여사의 직장동료가 직원 체육시간에 다리를 다쳤는데 마른 장작 같은 남자샘이 170cm가 넘는 꺽다리 여자샘을 주차장까지 업고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주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문여사는 박 선생이 오선생을 업었다는 것에, 그것도 주차장까지 업고 뛰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랬고, 한편 감동도 받았다.

"자기는 위급상황일 때 내 업고 달릴 수 있겠나? 우리 연습 한번 해보자!"

순간 눈에 지진 난 남자 1호,
"어.. 걱정하지 마, 119 부르면 돼~"

그리곤 애초에 아무것도 못 들었던 것처럼 뉴스에 집중하는 남자 1호에게 더 격렬하게 못 들어버리라고 '신장'에 비수 꽂는 문여사,

"에이구, 멀대같이 키만 크면 뭐하노..

쓸데없이 넓은 어깨는

하체만 더 부실하게 보일 뿐이고~

우리 현석 샘은 60킬로도 안 나가는데

힘이 장사드구만..
쌩판 남도 업고 뛰는데,

남편은 마누라도 못 업는다카고.

내가 백금녀, 오천 평도 아니고.."

(ㅎㅎ 백금녀, 오천 평이라니..

그녀의 연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혼잣말하는 문여사를 힐끔 쳐다본 남자 1호는 결심한 듯 숨을 크게 내쉬더니,
"여보, 업혀!"
라고 등을 내준다.
경험에서 나오는 빠른 선택인 듯하다.
희희낙락 문여사 널찍한 그의 등에 턱 하니 몸을 던지는데 남자 1호 반쯤 일어나다 털썩 고꾸라진다.

"아이고, 당신, 진짜 무겁다. 쌀 한 가마니보다 더 무거워. 내 허리 나가도 되나?"

"허리? @@

근데 정녕 몬업겠나?

내가 그래 무겁나? 에이. 씨.."
알파벳 두 개 내뱉고 위급상황 대비 훈련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남자 1호 허리는 중요하니까.

<오늘>


"샘, 울 남편은 내 몬업더라.
샘 참 대단하데이!"
"아, 샘님.. 저도 우리 마누라는 못 업어요.

마누라 업을 수 있는 남편 별로 없을걸요? 흐흐흐"

왕~왕~왕~와~아앙..@@:

이 '흐흐흐'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째서, 왜애! 남의 여자는 솜사탕이고

내 여자는 쌀 한 가마니인 거신가!

박 선생한테 느꼈던 감동

고마 미련 없이 철수했다.


*솜사탕 먹고 삐뚤어질 테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먹은 솜사탕에 싸먹는 빙수..단시간에 살 찌울 땐 이거지.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10, 아빠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