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무거워, #남의 여자는 가벼워, #문여사와 남자 1호
<어제>
"여보, 업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남자 1호가 문여사에게 말한다.
발단은 문여사의 직장동료가 직원 체육시간에 다리를 다쳤는데 마른 장작 같은 남자샘이 170cm가 넘는 꺽다리 여자샘을 주차장까지 업고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주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문여사는 박 선생이 오선생을 업었다는 것에, 그것도 주차장까지 업고 뛰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랬고, 한편 감동도 받았다.
"자기는 위급상황일 때 내 업고 달릴 수 있겠나? 우리 연습 한번 해보자!"
순간 눈에 지진 난 남자 1호,
"어.. 걱정하지 마, 119 부르면 돼~"
그리곤 애초에 아무것도 못 들었던 것처럼 뉴스에 집중하는 남자 1호에게 더 격렬하게 못 들어버리라고 '신장'에 비수 꽂는 문여사,
"에이구, 멀대같이 키만 크면 뭐하노..
쓸데없이 넓은 어깨는
하체만 더 부실하게 보일 뿐이고~
우리 현석 샘은 60킬로도 안 나가는데
힘이 장사드구만..
쌩판 남도 업고 뛰는데,
남편은 마누라도 못 업는다카고.
내가 백금녀, 오천 평도 아니고.."
(ㅎㅎ 백금녀, 오천 평이라니..
그녀의 연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혼잣말하는 문여사를 힐끔 쳐다본 남자 1호는 결심한 듯 숨을 크게 내쉬더니,
"여보, 업혀!"
라고 등을 내준다.
경험에서 나오는 빠른 선택인 듯하다.
희희낙락 문여사 널찍한 그의 등에 턱 하니 몸을 던지는데 남자 1호 반쯤 일어나다 털썩 고꾸라진다.
"아이고, 당신, 진짜 무겁다. 쌀 한 가마니보다 더 무거워. 내 허리 나가도 되나?"
"허리? @@
근데 정녕 몬업겠나?
내가 그래 무겁나? 에이. 씨.."
알파벳 두 개 내뱉고 위급상황 대비 훈련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남자 1호 허리는 중요하니까.
<오늘>
"샘, 울 남편은 내 몬업더라.
샘 참 대단하데이!"
"아, 샘님.. 저도 우리 마누라는 못 업어요.
마누라 업을 수 있는 남편 별로 없을걸요? 흐흐흐"
왕~왕~왕~와~아앙..@@:
이 '흐흐흐'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째서, 왜애! 남의 여자는 솜사탕이고
내 여자는 쌀 한 가마니인 거신가!
박 선생한테 느꼈던 감동
고마 미련 없이 철수했다.
*솜사탕 먹고 삐뚤어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