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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Jan 01. 2017

제주로 퇴근 여행

제주여행, 애월_곽지_노꼬메_사려니숲_서우봉둘레길

오늘은 제주로 퇴근했다..


명진전복
그동안 계속 뻰치 먹었던 '명진전복'으로 직진하니 여전히 바글바글 하다.
기필코 먹으리라..
차에서 넷플릭스로 <심야식당> 한 회 보고 나니 들어오라는 콜이 온다.
둘이서 먹기엔 좀 많다.. 싶게 명진전복의 주 종목 세 개를 주문했다.
전복구이, 전복돌솥밥, 전복죽.
입에서 전복 비린내 나지만, 바다 내음이라 눙치자.
평대리 바닷바람 제대로 매섭다.

서쪽으로 달려 애월로..
내일 아침 눈 뜰 때 나 참 설레겠다..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니 캄캄한 방 안에 푸른 바다 액자가..

노꼬메의 추억
송사마는 새벽에 혼자 해장국 먹으러 나가고, 습관처럼 출근시간에 눈이 떠져 억울한 문여사는 숙소의 소박한 조식을 먹은   커피 찾아 나간다.
애월 해안도로엔 '우리 안의 천사' 망하고  옆에 '별다방' 들어왔다.
천사다방을 그동안 홀대해 왔던 문여사 괜히 미안하다.

쉰 부부, 오늘은 노꼬메 오름에 오른다.
3  노꼬메 오름을 처음 올랐을  문여사는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다. 계단은 끝도 없고, 경사는 가파르고, 목은 바싹 마르고, 허기까지  찾아와 손은 바르르르..

"여보, 저기 보이는 계단만 올라가면 끝이야. 조금만 참고 올라가자."

물도 없고, 간식도 없었다.
송사마의 뻔한 희망고문인 '이번 경사가 마지막' 12차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누가 마시다 버린 듯한 생수병을 주워와서 문여사더러 마시라고 했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착해. 깨끗하게 마시고, 뒷사람들 생각해서 놔두고   거야. 진짜야. 나만 믿고 어서 마셔."

문여사는 완강히 거부하다 결국 '누가 먹다 버린 생수' 들이켰다.

에라이,,

쉰 부부에서 먹거리 준비와 '뭐든 시다' 담당하는 송사마는 노꼬메의 아픈 추억을 상쇄시키려는  오징어 땅콩, 생수, 비스킷, 삶은 계란을 챙기고 문여사의 널찍한 등판을 밀며 정상까지 오르게 했다.
어제 부산에서 제주로 퇴근한 문여사, 롱부츠 신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곽지 국시의 고기국수


쉰 부부는 곽지 국시에서 고기국수를 처음 영접한다.
입에서 팡팡 터지는 팡파레..
"오, 너무 담백해!"
입 짧은 척 혼자 다 하는 문여사는 국물까지 클리어하고, 송사마는 비빔국수 1그릇 후 고기 국수 1그릇 더 먹는 공격적 배포를 자랑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신이 난 곽지 국시 사장님이 쉰 부부더러 자주 좀 보자 신다.
쉰 부부에게 자주 볼 인맥 하나 생겼다.
에헤이..좋구로..


쉰 부부가 곽지과물 해변에서 콧물 흘리며 기다린 것이 있다.
바다 석양..
해는 눈 깜짝할 사이 바닷속으로 빠지기에 화장실 가는 것도 참으며 백사장에서 뱅뱅 돌다 드디어..!

<신의 한모>에서 수육 두부 한 모와 간장게장 계란 두부 덮밥이란 국적 불명의 밥을 앞에 두고 쉰 부부 급히 친해진다.



사려니 숲

잎들을 다 벗어버린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만 있는 사려니 숲길은 낮이라도 좀 무서웠다. 뾰족한 나뭇가지가 스멀스멀 기어 내려와 목덜미를 잡을 것 같은 괴기스러움, 까마귀는 자꾸 가라고 외쳐대고..
"가아~악! 가아~악!"
쫓겨가다 만난 하트..
이끼가 사랑을 말한다.


서우봉 둘레길 그리고 말


함덕 서우봉 둘레길에서 말 한 마리와 신기한 교감을 느꼈다.
분명 절벽에서 방목 중인 세 마리의 말들이 유유자적하며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올라왔다.
내가 한 구비 올라가자 어느새 한 녀석이 펜스 줄에 고개를 쑥 내밀고 있었다. 꼭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들은 예민한 동물일 텐데 사람에게 다가오다니.
호기심에 풀을 뜯어주니 냄새만 맡다 고개를 돌렸다.
상추 같이 여린 풀을 뜯어서 다시 주니 그건 받아먹었다.

또 달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

다른 풀을 뜯어 주니 또 거절했다.

다시 여린 풀을 주니 그건 또 받아먹었다.
한참을 그러고 녀석과 시간을 보냈다. 둘레길을 더 걷겠다며 혼자 올라 간 남편이 내려올 때까지 녀석과 잘 놀았다.
공항으로 가려면 온 길을 되돌아가야 했지만, 서우봉 둘레길에 가길 잘했다.


에필로그
이건 비밀인데 집에 오니 제일 반가운 건 딸도 아들도 아닌 안마의자다.
'주인님, 어서 앉으세요~
노구에 쎄리 돌리신다고 고생 많으셨죠?
시원 안마 모드로 풀어 드릴게요~'

안마의자 품에 폭 안겨 요상한 신음소리만 내지른다.

"아야아~~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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