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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Jun 08. 2017

커피 한잔 할까요? #8

커피 한잔에 담긴 사랑, 추억, 아픔 그리고 인생..

<커피 한잔 할까요?> 시리즈가 8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년 전 커피 관련 만화가 중앙일보에 연재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일보를 좋아하지 않아서 단행본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첫 권의 첫 장을 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한 시간 남짓이나 걸렸을까 모르겠다.

처음엔 주인공인 2대 커피의 박석과 강고비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저 커피에 담긴 이야기가 좋았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가  곧 커피 이야기였고, 커피 이야기는 향을 타고 흘러 흘러 사람 이야기, 인생 이야기로 스며 들었다.


커피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그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트렸군요.


아쉬운 마음으로 8권을 어제 저녁에 읽기 시작했다.

8권의 첫 에피소드부터 무게감이 남달랐다.

스토리도 숫자가 더해질수록 깊어지는 것 같다.

51화 <그대, 커피> 편에서는 2대 커피의 커피 추출이 한결같지 않다는 의문을 가지고 박석과 그의 제자 강고비를 테스트하는 이야기이다. 원두를 볶는 것도, 커피를 추출하는 것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초밥 달인이 만드는 초밥의 밥알 개수와 그램의 미세한 오차처럼 당연히 오차 혹은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커피 맛의 차이는 그것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그대, 커피 맛에 홀딱 빠져 커피를 예찬할 때의 그대.. 가 문제일 때도 있는 것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분명 산뜻한 산미가 좋아 호들갑을 떨다가도 또 어떤 날은 그 산미가 입에 맞지 않아 투덜거릴 때가 있다.

맛을 좌우하는 요인에는 맛을 내는 이의 한결같음도 중요하지만 맛을 보는 이의 상태 요인도 크다.

고민이 있을 때 마시는 커피, 괴로울 때 마시는 커피,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커피..

혹은 사랑에 빠졌을 때 마시는 커피, 그 사랑과 헤어지고 난 후에 마시는 커피..

같은 원두와 한결같은 커피 추출 방식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커피 맛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커피가 그대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오늘 그대가 마시는 커피는 그윽하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것이었으면 좋겠다.

어제 내가 마신 시다모 커피처럼 말이다.


커피 쿠폰 스탬프 20장 획득으로 무료로  마셔서 그런지  맛이 더 상큼했던 시다모 커피 @카페 로티


54화 <주말 풍경>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내게 제일 맛있는 커피는 비 오는 날 카페테라스에서 혼자 마시는 커피이다.

주로 주말일 것이다.

54화의 주인공인 신혼부부는 결혼 전에 남편이 제대로 충성서약을 했나 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평일은 평일대로 주말은 주말대로 아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 하니 말이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고맙고 미안해서 주말에도 캠핑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등 늘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평일 회사에서의 그녀는 대단히 고단하다. 주말에 쉬지를 못하니 그렇다.

어느 날 남편이 청소를 하는 틈을 타서 혼자 커피를 마시러 온 그녀는 마침내 남편에게 고백을 한다.


"결혼 전 약속 안 지켜도 돼. 매주 데이트 안 해도 돼. 요리 안 해줘도 돼.
집안일 조금만 도와줘도 돼. 집에 꼭 함께 안 들어가도 돼."


화들짝 놀란 남편이 아내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한다.

자기야! 고맙다! 실은 나도 되게 힘들었거든!

우리 집에도 비슷한 남자가 한 명 살고 있어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키득거렸다.

뉴스를 보던 남자는 뭐가 그리 재밌느냐고 내게 묻고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곧 뉴스에 다시 빠져 들었다.

여자는 그렇다.

남자가 너무 잘해줘도 불편, 무심해도 불편하다.

그런 불편한 생활을 하려고 또 기를 쓰고 결혼을 한다.

남자는 잘 모르겠다.

잘해줘도 핀잔받고 못해주면 두고두고 구박받는 결혼은 왜 또 그리 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그러나 여자여, 남자여..

뭐니 뭐니 해도 그대 곁에 있는 이가 가장 소중하니 그 소중한 이가 질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는 유지하자.


이쯤에서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로 #책읽는고양이 출판사에서 만든 책이다.





57화 <커피나무> 편은 슬프다.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자식의 인생을 설계해주려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나도 남편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늘 굴뚝같으나 참을 뿐이다.

자식과의 대화는 암초 만나듯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식들은 부모 하는 말이 다 꼰대 같고 현실성 없는 현실적인 말 같을 것이다.

부모에게 자식들은 늘 불안한 미완이라 어떻게든 좋은 말을 해주고 싶으나 '열심히 공부해라, 자격증 많이 따놔라, 좋은데 취직해라,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라..'등의 원론적인 현실주의자의 견지에서만 말을 하니 뭐 어쩌겠는가.. 부모는 꼰대일 수밖에.

그렇다고 '너 좋아하는 일 해라. 돈은 걱정말고.. ' 이런 말 하는 부모는 되기 싫다.

내 돈 내가 벌고, 니 돈 니가 버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선 젊은 세대가 벌어 내는 세금으로 노인연금이 나간다. 젊은 세대가 훗날 받아야 할 연금은  약속 받을 수 있을까.. 취직이 어려운 시대이다 보니 돈벌이 못하는 자식들은 부모 집에서 부모의 국민연금을 쪼개 쓰는 시대에 이르렀다. 쌩쌩 잘 돌아가는 분수같은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괜시리 걱정이다.

<커피나무> 편을 이야기하려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커피나무 편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만 해두자.. 궁금하면 읽어 보시길...


돈이 좀 쓰고 싶을 때(?) 마시는 카페 모카 @카페 G


58화를 끝으로 2대 커피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2년 전에 나는 조금 아팠고, 그때 만난 이 책은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묘한 위로가 되었다.

내가 만화를 8부까지 완독 할 줄 몰랐다.

책 291페이지에 허영만 작가와 이호준 스토리작가의 손글씨가 있다.

허영만 작가는 평생 마시지 않고 멀리할 줄 알았던 커피를 반잔은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이호준 작가는 커피 한잔의 여유가 늘 함께 하길 바란다고 한다.

치열한 '글로 생활자'인 이호준 작가에게도 커피 한잔의 여유와 그 행복감이 함께 하길..


그윽한 향기의 커피같은 인생을 위하여 우리..커피 한잔 할까요?


@좋아서 하는 카페 with 좋아하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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