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룸로프, 올로모우츠, 쿠트나호라
프라하 근교의 유명한 마을인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는 날이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커피와 크로와상, 삶은 계란, 사과, 그리고 주스.. 호텔 조식이 부럽지 않다.
우리 아파트엔 훌륭한 커피머신이 있어서 늘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체코 커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 9시 출발하는 Student Agency의 버스 예약은 미리 국내에서 했으니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먹고 버스 터미널을 찾아간다.
Student Agency는 우등버스와 기차 예약까지 할 수 있는 회사이다.
프라하에서 체스키까지는 약 세 시간이 걸린다.
버스 안에서 커피나 티 서비스도 되고 기특하게 와이파이도 된다.
프라하를 벗어나 시외를 달리며 만나는 버스 밖 풍경은 진정한 파란 하늘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파란색이 저렇게 파랄 수도 있구나.
평화 가득한 바깥 풍경에 취해 세 시간의 버스 이동이 짧게 느껴진다. 이내 버스는 우리를 체스키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엽서에서 봤던, 엽서에서만 실재할 것 같은, 마을이 저기 실제로 보인다.
체스키 낮 12시.
어느 님의 블로그에서 극찬해 마지않던 'Parkan'이란 레스토레이스(식당)을 찾아간다.
앞으론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서 소개된 음식점은 안 가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 식당이다.
똑같은 정보망으로 모인 한국 사람 가득찬 한인 식당같다.
다 시든 상추 한 잎은 왜 놓았을까 의문이 드는 무성의한 플레이팅은 우리가 동유럽 여행 중임을 상기시켜주는 장치같다.
비싼 밥도 먹었으니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중세시대 그대로의 모습인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를 본격적으로 눈에 담을 시간이다.
우리는 보헤미안 왕가의 영주가 살았던 성으로 간다. 12세기에 지었다는데 도대체 저 높은 절벽에 어떻게 저런 성을 지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오래된 성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제 맛이다. 마침 별 신비롭지 못한 스토리가 있긴 하다.
이 곳의 영주는 좀처럼 성 밖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자신만이 산책할 수 있는 넓디넓은 정원을 만들었다. 게다가 성 입구에서부터 집으로 들어가기까지는 계단이 하나 없다. 말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들어가기 위해서라나.
축조 중에 죽어나갔을 노예들의 영혼이 무서워, 백성의 원성이 무서워 밖으로 못 나갔었을 수도 있긴 하겠다.
얼마나 백성을 못살게 굴고 세금을 갈취했으면 성밖에도 못 나가고 죽을 때까지 이 큰 정원을 혼자 걸을 수밖에 없었을까.
참, 영화 '아마데우스'를 별 다른 세트 없이 이 마을에서 찍었단다.
영화의 장면들이 절로 그려진다.
영화 속 모차르트, 살리에르가 걷던 길이 이 골목이었나 싶어 괜히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동화책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예쁜 문 앞에 물건들이 깔려 있어 봤더니 그냥 가져가라고 해도 손사래 치며 못 가져갈 물건들을 팔고 있다. 나는 물건들 보다 이 집 문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성으로 들어오니 해시계가 있다.
그런데 오전 5시에서 오후 3시까지만 눈금이 있다.
이곳의 겨울은 오후 세 시부터 어두워지기 때문이란다. 해가 떠 있는 위치로 시계를 삼으니 어두워지면 소용없는 눈금들 아닌가.
체스키 마을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구경하고, 마을 사이즈에 비해 심하게 넓은 정원을 돌아보고 하니 허기가 지고 다리도 아프다. 잠시 앉아서 아침에 싸 온 과일을 꺼내 먹는다. 이런 자유.. 너무 좋다.
블타바 강은 체스키 마을을 쭉 감싸 안고 있다. 물살이 센 까닭에 래프팅이 관광 상품의 하나로 인기가 많다.
우리는 '쎄리' 걷고 보기만 하는데 유럽인들은 웃통 벗고 가족과 친구들과 신나게 급류 타기를 즐기는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그냥 저들의 태생적 여유가, 눈부신 젊음이 부러워 짜증씩이나 난다고 해두자.
우리의 처음 계획은 체스키에서 하룻밤을 묵고 인근 오스트리아 호수 마을 '할슈타트'까지 여행 후 돌아가려고 했으나, 너무 쎄리 돌렸더니 쉰 여성들인 우리 체력으론 프라하 집으로의 귀가가 시급하다.
그리하여 프라하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서로 말할 힘도 없이 헬렐레 축 처져 버린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대로 프라하에서의 하루치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만이 가득하다.
하느님, 오늘도 프라하에서 즐거움으로 고단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위일체비와 천문 시계탑 보러 두 시간여 기차를 타고 왔다?
결과적으론 맞다..
9시 12분에 출발하는 스튜던 에이전시 기차를 타고 11시 35분 도착..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잠시 헤매기는 쉰 여자 셋의 필수-기본 코스다.
타바끼(담배가게, 구멍가게 같은 부스) 아가씨가 친절하게 알려준 트램을 타고 시청광장을 찾아가는데 너무 더워서 탈진할 것 같다. 작년 로마 콜로세움에서 탈진한 것과 같은 증세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핑 돌면서 심장 박동은 빨라지는 걸 보니.
두 행님들 걱정할까 봐 무거운 다리 애써 가벼운 척하며 잰걸음을 걷는다.
프라하가 더울 땐 35,6도까지 올라가도 탈진한 적은 없었는데 여기 올로모우츠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지열 때문에 숨이 헉헉, 입안은 바짝바짝, 땀은 뚝뚝, 머리는 핑핑이다.
나도 참 가지가지하느라 바쁜 삶이다.
일단 카페에 앉아 시원한 콜라(대개는 미지근함)와 맥주를 주문하고 태양을 피한다.
지나와 제니는 올로모우츠의 맥주를 즐긴다.
맛있고 순한 맛의 체코 맥주엔 함정이 있단다.
아무리 순한 맛이어도 12-14도인 것..
섣불리 빈속에 마셨다간 낮술로 머리가 어지럽다는 언니들의 증언이다.
지나가 유창하게 런치 주문을 한다. 포스 작렬! 더위도 작렬!
오늘은 바다가 없는 체코에서 즐겨먹는 송어를 시킨다.
아, 셋 다 더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온전한 음식 사진을 못 찍고 먹다가 정신이 들어서 잔해들을 끌어 모은다.
맛이 괜찮다. 비린내도 없고..
같이 시킨 Funghi 피자는 정말 맛있다.
체코 음식들이 대체로 다 맛있어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천문시계는 프라하 공화국 광장의 천문시계보다 더 세련된 것 같다.
로마자, 아라비아 숫자, 별자리, 라틴어로 표시된 시계들이 마치 요즘의 명품시계를 보는 듯하다.
태그호* 같은 명품들이 아마 여기서 모티브를 삼지 않았을까?
정각의 종소리가 특히 아름답다고 엄청 기대를 하고 기다린다.
드디어 정각! 뭐가 나오려나..
'대앵~♪'
O.M.G! 오후 한 시라서 딱 한번 울리는 종소리..
억울하다.. 분하다..!
우리가 이 더운데, 아무리 맑고 아름답다 해도, '대앵', 이거 한번 듣자고 온 건 아니쟈나쟈나~
카페에서 점심 먹다 두시가 되니 좀 긴 종소리..
그래 봤자 '댕댕'.. that's it..
그렇다고 한 시간에 한 번씩 늘어나는 댕댕댕.. 을 다 듣고 갈 수는 없다.
삼위일체 기념비 안을 들어가니 잘 생긴 총각이 혹시 이 기념비에 대해 안내를 받고 싶으냐고 묻는다.
'누나는 그냥 너랑 얘기가 하고 싶구나~'는 내 시커먼 속마음이고 "물론 안내해주면 고맙지~"라 답하며 그의 안내를 감읍하게 받기로 한다.
18세기 초반에 지어진 유럽 최대의 삼위일체상으로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테레사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세워졌는데 프로이셴의 침략으로 제일 꼭대기층의 삼위일체상 부분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는 내가 이해한 내용이고 정확도와 신뢰도는 50% 미만이니 궁금하면 네이버 박사님께 문의바람.
그나저나 오늘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지나가는 이들이라고는 효도관광 온 단체여행객들 두 팀(광장 카페에 앉아보니)과 예쁘장한 꼬마 여자아이와 아빠뿐..
해서 오늘 우리 '꽃보다 언니 여행사'는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아직 봐야 할 곳이 하나 있지만.. '성당'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성당.. 마~이 봤다 아이가?
성당.. 또 보믄 뭐하겠노..스테인드글라스 또 보겠지.
스테인드글라스 보믄 뭐하겠노..이쁘다 하고 가겠지..'
해서 지금은 프라하 돌아가는 기차 안.
원래 스튜던 에이전시의 사철을 타기로 했는데 저녁 7시 기차라 취소하고 체코 국철을 돈 더 주고 4시 25분 기차 타고 가.. 는가 했는데, 갑자기 연착과 함께 플랫폼이 변경.. sh*t!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출발 직전에 타고 간다.
어제부터 기차 여행은 갈 땐 아무 문제없이 잘 갔는데 리턴 코스는 난관이 많다.
그래도 꽃보다 언니 여행사는 자알~~~ 돌아가고 있다.
내일은 또 뭐 할까..
굳이 뭘 할 것 없는 날들이면 또 어때..
아침에 부엌을 점령한 제니는 재료도 없는 부실한 냉장고에서 뚝딱뚝딱 훌륭한 아침을 차린다.
제니, 지나 언니와 같이 지내면서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은 프라하 중앙역(praha hl.n)에서 출발하는 체코 철도를 타고 '해골 성당'으로 유명한 쿠트나호라로 간다.
쿠트나호라는 기차로 한 시간 정도라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프라하 근교 도시다.
9시 50분 기차 타고 7시에 돌아오는 여정으로 떠난다.
기차 삯이 정말 싸다. 세명이 왕복에 18유로니까 우리 돈 9천 원이면 왕복 기차표를 살 수 있다.
트램을 타고 흘바니 나드라찌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큰 공원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고 역 근처이니 부랑자들도 많을터.. 해서인지 기마경찰들이 포스 뿜으며 서 있다.
괜히 그들에게 쓰윽 말을 걸어보며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으니 말도 쓰윽 쓰다듬어 보란다.
뉴질랜드에서 온 노부부와 체코 여성 한 명이 우리 ''꽃보다 언니'팀과 마주 보며 간다.
쿠트나호라로 가는 한 시간 동안 우리 칸의 여섯 명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하여 체코의 사회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체코 여성이(이름을 알아둘 걸 그랬다..) 말을 하고 뉴질랜드 부부와 우리가 듣는 역할이었지만 자유화 이후의 체코, 특히 프라하의 이면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유화 이후의 체코는 공산당 간부였던 이들이 여전히 정부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심하다고 한다.
What is communism? Everything belongs to every one.
that's communism. Everybody steals at a company and at a factory,
that is normal, which is why I look abnormal..
체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든지 한마디도 못 하든지.
동석한 체코 여성의 영어는 막힘이 없다.
제니가 궁금해서 직업을 물어보니 영어교사라고 한다.
뉴질랜드 부부의 딸도 두바이에서 4년 동안 영어 선생님이었단다.
우리도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니 한바탕 웃음이 기차 칸에 가득하다.
What a coincidence!
그렇게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동안 기차는 우리를 쿠트나호라로 데려다준다.
쿠트나호라에서는 중요한 성당 세 군데와 박물관 한 곳을 묶어 패스 티켓을 파는데 우리는 성당 세 군데만 볼 수 있는 티켓을 산다.
쿠트나호라는 중앙역과 메스토역 두 개의 역이 있는데 해골 성당과 성제임스 성당은 중앙역 가까이에, 성 바르보라 성당은 메스토역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중앙역에서 내렸으니 제임스 성당과 해골성당을 먼저 보고 셔틀버스를 타고 바르보라 성당을 본 후 미니기차를 타고 중앙역으로 가서 프라하 기차를 타기로 한다.
'모든 성자의 성당'이라는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이 어려워서 매표소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Oh, bone church?
이 사람들도 이렇게 부르는구나..
중세 유럽 1/3에 해당하는 인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흑사병과 그 직후 일어난 후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니 나중엔 묘비든 무덤이든 격식 차릴 정신도 없이 죽은 이들을 그냥 성당에 버렸단다.
그 당시 눈이 멀어가는 한 신부가 뼈로 성당을 장식한 이래 18세기에 들어서 어느 신부가 지금의 해골 성당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약 4만 명의 뼈가 이 성당에 있다고 한다.
내 평생 인체의 모든 뼈를 사용해 만든 샹들리에를 보게 될 줄이야..
처음엔 무서운 줄 몰랐는데 무심히 옆을 돌아보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해골도 착하게 생긴 것과 무섭게 생긴 것이 있다니..
하필 못되고 무섭게 생긴 해골이 나를 노려보고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이제 우리는 성 바르보라 성당으로 간다.
프라하의 까를교와 비슷한 콘셉트의 길이다.
당시 쿠트나호라가 프라하를 넘어서고 싶어 했다더니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또 이 길의 조각상들에서도 프라하의 느낌이 묻어난다.
엄청난 규모의 성당 저만치에 제니가 있다.
제니가 정말 점만 해 보여요~
이크, 말하고 보니 발음에 특히 주의해야 할 단어가 들어있네.
함께 키득거리며 다시 발음에 주의하며 말한다.
''점! 만 해 보여요.''
쿠트나호라는 한때 은광으로 프라하 버금가는 영화를 누렸다한다.
은광의 광부를 주제로 한 그림이 성당 내부 곳곳에서 보인다.
프라하성 안의 비투 성당에는 이곳 쿠트나호라의 은 3톤으로 만들어진 '은관'(silver coffin)이 있다.
당시 쿠트나호라 은광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이제 마을도 구경할 겸 바르보라 성당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 따라 내려간다.
이 길로 쭉 내려가면 조용하고 아담한, 관광객들도 별로 안 다니는 마을이 있다.
개울도 건너고 예쁜 골목길을 장난도 치며 잘 걸어가고 있는데.. 한낮의 쿠트나호라 역시 프라하만큼이나 덥다.
아, 기차역이 어디야, 대체..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역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사건은 여기서 발단된다.
메스토역과 중앙역까지 오가는 미니기차가 오길래 제일 앞 칸, 그러니까 자전거나 개와 같이 탈 수 있는 칸에 탔다.
한 정거장을 지나면 미니기차의 사람들이 다 내릴 줄 알았는데 우리가 탄 칸의 사람들이 안 내린다.
어? 한 정거장 더 가면 메스토인가?
의아하지만 기다려본다.
미니 기차니까 두 역 사이만 오가는 거겠지..
그러다 검표원이 우리 표를 보더니 이상한 얼굴을 하면서 반대 방향을 손짓해 보인다.
'뭐야? 좀 아까 역이 메스토란 뜻인가?'
안타깝게도 검표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거기다 상당히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마침 다음 역에서 자전거 탄 아저씨가 내리길래 지하철처럼 역방향으로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따라 내렸다.
아악! 내리니 허허벌판이다. 역이 아니라 시외버스가 시골길에 사람 내려주는 그런 곳 같다.
우리에게 믿을 건 자전거 아저씨뿐이다..
섬광처럼 '안되면 오늘 밤 저 아저씨 집에서 민박이라도 해야지..'라는 야무진 생각도 해보지만.. 이 아저씨 역시 영어로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분이다.
이런 경우 최고의 의사소통 수단은 손과 발이다.
손 언어=아저씨, 메스토 역이..
발 언어=어디예요?
착한 아저씨가 이해를 하시곤 스마트폰으로 지도검색을 하더니 숫자 3을 가리키며 3킬로 떨어져 있는데 이리 가서 요리 갔다가 저리 가면 된다고 체코 말로 설명하는 것 같다.
그러다 답답한지 자전거를 끌며 자기를 따라 오란다.
아저씨를 따라 허허벌판을 벗어나 차가 다니는 인가로 온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계속 걷는다.
설마, 3킬로를 자전거 끌며 데려다주겠다고?
아저씨, 콜택시 불러주세요.(손 언어)
아저씨가 15분쯤 후에 차가 올 거라며 땀을 닦으신다.
이렇게 친절한 체코 남성이 있다니..
"Sir, tekui!"(아저씨, 고마워요!)
정말 떼꾸이한 멋진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하여 안심한 우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것도 추억이니 사진이라도 남기자며 설정샷을 찍는다.
5분 만에 달려온 콜택시를 보니 어디서 기운이 나는지 서로의 눈만 보고 깔깔깔 웃음이 넘친다.
쿠트나호라에서 해골들에게 홀리지 않고서야 더블체크, 트리플 체크하는 언니들이나, 의심 많은 소심 A형인 내가 기차를 잘못 탈리 없는데 아무래도 뭐에 홀린 게다.
해골성당의 4만여 해골 중 한 넘이 장난을 친 것이 틀림없다.
프라하로 돌아오는 기차에선 긴장이 풀려 눈이 자동으로 스르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