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채워가는 중입니다
사실 나는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케줄은 휴대폰 캘린더에 저장했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카카오톡으로, 그 외 할 일들은 노트북에 메모했다. 사용목적에 따라 분류된 나만의 메모들은 편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일정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켜 할 일들을 확인하고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틈틈이 떠오른 생각들은 문장단위로 카카오톡에 남겼다가 나중에 한 편의 글로 만들어냈다. 굳이 다이어리를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쓰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2020년 첫 약속으로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 친구들이 다이어리를 사러 가자고 했다. 좋은 친구를 두어야 하는 이유일까. 친구들을 따라 나도 다이어리를 사게 되었다.
어떤 경우로든 다이어리를 써보니 다이어리를 쓰기 전에는 몰랐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는 귀찮고, 번거롭고, 굳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다이어리를 쓴 지 2주 만에 다이어리 전도사가 되었다. 내가 다이어리를 쓰면서 알게 된 다이어리의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알게 된 다이어리의 장점.
첫째,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준다.
다이어리를 사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올해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2020년의 버킷리스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목표를 세울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항상 막연하게 목표만 세워 결국 흐지부지 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운동을 해야지', '올해는 책을 많이 읽어야지'라고 하지만 운동은 1주일, 책은 곧 라면 받침이 되는 것처럼.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다이어리에는 정말 지킬 수 있는 것들만 적고 싶었다. 막연한 목표가 아닌,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까지 세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에는 막연하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한 달에 두 번, 책을 읽고 북 리뷰를 쓰는 것을 목표로 잡는 식이다.
둘째, 실천의지를 만들어 준다.
다이어리를 통해 계획을 1년, 월, 주, 일 단위로 나누어 진행상황을 체크하기 쉽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매일 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지키기 어렵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통해 일별 계획을 체크하니 하루라도 빼먹을 수가 없었다. X로 채워지는 다이어리를 보기가 싫었다. 다이어리를 보며 억지로라도 하루의 할당량을 채우고 나면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하지 않겠지만,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다이어리가 주는 강제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끊임없이 적을 것을 찾는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다이어리를 채우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는 것이다. 다이어리를 계속 써온 친구들은 1년이 끝나고, 가득 찬 다이어리를 보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올해가 지나고 빽빽한 다이어리를 보며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구나!"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