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가 남고 나아갈 길이 보인다
흔히 과정을 즐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모든 일에서 목표를 달성해내기란 쉽지 않다.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는 단계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즐거움은 그 자체로 나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4대강 종주와 그란폰도 같은 자전거 대회,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각종 스포츠에 참여해 땀과 노력을 증명서로 인증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기심에 나도 실물로 남길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도전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평소 지인들과 투어용으로 즐기는 운동을 하는 스타일이고 각종 대회 참여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갖고 있는 인증서, 완주증 등은 모두가 모여서 함께하는 대회를 통해 받은 것보다 혼자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곳에서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인에게 받는 증명이라는 실체에 대한 갈망이 일시적인 부러움으로 끝난 것인지, 그날의 기분과 생각을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로 기록해온 자료들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그 과정을 함께 해온 사람은 당시 나의 감정과 기분에 공감은 해줄 수 있지만 글로 기록해주지 않는다. 축하한다는 의미가 담긴 미소와 함께 검정 잉크로 메마른 숫자를 기록해 인증서를 건네줄 뿐이다. 지나온 일련의 과정을 공적인 기록으로 인정받으니 처음엔 기쁘고 어딘가에 비치해 타인에게 은근히 자랑도 한다. 하지만 추억을 곱씹는 일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갱신되는 기록들도 비슷하다. '나아졌구나', '노력했구나'로 비치고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동기부여가 되지만, '어떻게', '왜?'등이 보이지 않아 노력의 과정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숫자는 '내가 이 기록을 세웠구나'로 끝이 나고, 글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노력했구나'라며 과거의 나와 대화를 하며 지금의 내가 있게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요즘도 운동할 때 오가며 찍은 주변의 풍경 사진과 함께 듣고 있던 음악, 감정을 짤막한 글로 일기 쓰듯 정리해둔다. 나만 아는 노력과 반복되는 과정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끼는 재미가 계속 글을 남기고 싶어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빛바래 먼지가 쌓여가는 증명서로 두기보단 생산적인 일로 이어지는 루틴을 계속 실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