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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Jun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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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드라마를 보면...

이선균이 왜 바람을 폈나고..아내에게 소리치며 묻는 장면이 나온다.

아내는 담담히, 그러나 슬프게

전쟁같이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며,

-물론 동정심을 유발하여 면죄부를 받고자하는 의도가 전혀 없이-

결국은 자기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감정에 호소하는데...

그걸 들은 이선균은 더 크게 소리지른다.

나는 뭐 놀았냐고...

나도 애 유치원 데려다주고, 청소도하고, 쓰레기도 버리고...할만큼 했다고.

남들도 다 그러고 산다고...


우리 부부 얘기인줄 알았다.

아니, 대부분의 가정 이야기일 것이다.

너무나 보편적인..


남편에게 말문을 닫은지 이주가 넘었다.

말을 하고싶지 않다.

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거기에 따라올 이야기들은...뭐 안들어봐도 뻔하다.

날마다 같은 패턴...

나는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남편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답답하고 답답하다.

하고싶은 말은 저  앞산처럼 쌓였는데..

말을 못하니  얼굴은 굳어져만가고..

말을 꺼내자니..큰 싸움이 될까..섣불리 꺼낼 수도 없다.


그 모든 것 중에 내가 가장 힘든 것은...

남편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간다는 것..

듬직한 가장으로서, 믿음직한 아빠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는것 같은 깊은 불신..

거기다 불통의 이미지까지..


결혼 이십년이 거진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좁혀지지않는 이 간극, 아니 더 벌어지고 있는것 같은 이 거리를 과연 어찌한단 말이냐?.....ㅠ


*몇달 전에 써놓기만하고 저장해 놓았던 글이다.

아니, 뭐  우리 부부가 날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들 보기엔 알콩달콩, 중년의 어느 부부보다도 재미있게 산다는 얘길 듣는다.

대체로는  평온, 만족한다.

그러나...

가끔씩  갈등의 상황이 생길 때,

대화로 풀어가기 보다는 머리로만 백만번쯤 생각하다 그냥 말을 안하고 넘겨버릴 때가 더 많다.

위에  썼던 것처럼, 내 말 뒤에 나올 말이 어떤 것들일지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왜 같이 살아온 시간이 길어지는데

말은 점점 안통한다고 느껴질까?

이 답답한 마음을 어이할까나...

내가 아직 상대방에게 기대하는게 너무 많은가?

아직도 욕심을 부리나..

인간관계, 부부관계,....더 ..더...모르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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