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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Sep 18. 2020

쉰이 되어보니

나의 짧은 히스토리 9

결혼을 할 때도 77사이즈를 입는 튼실한 아가씨였던 나는 임신을 하고 걱정이 되었다.

날씬했던 여자들도 출산을 하고 나면

살이 잘 안빠진다던데..

나는 어떡하지?

원래 살이 있던 사람은 더 안빠지는거 아냐?


임신을 하고 13키로 정도가 늘었었다.

아기를 낳고 바로 쟀을 때는

그야말로 아기 무게인 3키로만 빠졌다.

그런데 다행히 아기 황달 검사하러 1주일 만에 병원에 갔더니 7키로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4주 만에 예방 접종을 하러가서 쟀더니

13키로가 다 빠져있었다.

오우~~감사감사~~^^


한달 만에 시댁으로 돌아와 독박육아 아닌 독박 육아가 시작되었다.

무뚝뚝한 시아버님,

5살 손녀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시어머니,

집에 늦게 오는 남편.

누구 하나 내 육아에 도움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아기는 까탈스럽지 않게 잘 지냈는데

이눔이 지 엄말 닮았나..

표준사이즈로 태어났는데

모유만 먹었는데도 어찌나 살이 잘 붙던지

백일에 9키로(좀 작은 아기 돌 무게)를 돌파하는게 아닌가?


아이구.,얘야..

너는 누구한테 맡길 사람도 없고

주야장창 엄마 껌딱지로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어딜 가든 데리고 가야하는데..

이리 쑥쑥(무겁게) 크면 어쩐다냐..

174센티에 61키로 밖에 안나가는 아빨 닮지

어쩌자고 163센티에 아빠보다 더 나가는 엄말 닮았니?(ㅎㅎㅎㅎ 쓰고 보니 참말로 챙피합니다요~~ㅎㅎㅎ)


그런데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처럼

먹고싶은거 맘껏 못먹는 시댁생활이라 그런지

살이 더 빠졌다.

모유수유를 하는데 이것저것 양껏 못먹어서 일 수도.

이런걸 시집살이 다이어트라고 해야 하나?ㅎㅎ

어쨌든 중학교 이후 최저 몸무게를 달성하며

아가랑 나랑 신랑이랑~알콩달콩~~~~


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복작복작!!!!!...;;;


시댁 현관 옆 작은 방에

큰 장농(시아주버니가 쓰던거)도 하나 있고,

옆으로 길쭉한 티비 장(역시 시아주버니가 쓰던거)도 하나 있고,

(내가 혼수로 사가지고 간 두개의 가구 중 하나인) 5단 서랍장도 하나 있고.

거기서 그이랑 나랑 아가랑~~~룰루 랄라~~~~

는 커녕 셋이 누우면 꽉 차는 방이었다.


시장 한번 나갈래도 왜그리 눈치가 보이던지.

왜,

아가랑 놀이터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 소리가 그렇게 안나오던지.

내 발을 묶은 사람도 없는데

17층 시댁이 허공에 떠있는 감옥같던

그런 시간들 이었다.


어휴..

이건  시어머니 카리스마에 눌린

가엾는 어린 양...같은 ,

(심리적)가슴 작은

(진짜로는 큽니다..가슴둘레가..ㅎㅎ)  며느리의

자발적 벙어리 시절이 아니었을까.


남편은 1년째 여전히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었다.

아가도 태어났는데...

앞으로 분가도 해야할텐데...

미래를 다시 구체적으로 설계하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볼만도 한데...

남편은  가르치는게 내 일인거 같다며

눌러앉을 생각을 하는거 같았다.

아기 때문에 내가 당장 일을 시작할 수도 없으니

확신도 없는 새로운 일자리 찾기를

적극적으로 권할수도 없었다.


*다음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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