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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H병원 고주파 온열암 치료 효과가 좋다

2025년 9월 행보칸 병원 생활

by 미리나

고주파 온열 치료 그 뜨거운 회복의 시작


2025년 9월 11일 목요일, 행복한 H병원.



나는 이곳에서 고주파 온열 치료를 처음 시작했다. 생소한 단어에 솔직히 반은 의심하고 반은 기대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말 그대로 처음 해보는 것 앞이라 약간의 겁을 먹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아니, 어쩌면 예상 이상이었다.




나는 자율신경계 이상과 만성 통증 환자다.


그동안 수차례 주사치료를 받으면서 그럭저럭 버텼다. 물론 효과는 좋았고 순간적으로 통증이 눌리긴 했다.


하지만 꼭 휴지심처럼 누르고 나면 다시 올라왔다.


자세가 조금만 틀어져도 밤을 설쳤다 싶거나 그냥 피곤하기만 해도 통증은 다시 올라왔다.








이날 원장님께서 회진 중 고주파 온열 치료를 시작해 보자고 하셨다.


고주파? 열치료? 이름부터 뭔가 과학의 끝판왕 느낌인데 내겐 너무 낯설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피곤해 보이던 원장님이 “저도 며칠 전에 해봤는데 몸이 정말 가벼워졌어요.”라고 하셨다.



확 신뢰가 갔다. 의사가 본인 몸으로 직접 해봤다는 말보다 더 신뢰 가는 처방이 있을까. 실제로 그날 원장님의 컨디션은 눈에 띄게 좋아 보이셨다.




이곳에 많은 암환우분들이 광면역치료와 고주파치료를 극찬하셔서 알고는 있었다.


고주파 치료는 정상세포보다 열에 약한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해 체내 깊은 곳까지 열을 전달해 암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사멸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이 병원에선 실제로 암세포가 사라진 환자의 사례도 있으니... 나는 암 환자는 아니지만 뭔가 통증도 암처럼 뿌리 깊은 것 같아서 고주파가 그것까지 지져버려 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다.




첫날 치료는 꽤 조심스러웠다. 속으로 뜨거우면 어떡하지?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겉으론 뜨겁지 않은데 속이 따뜻해지는 신기한 느낌.


마치 몸 안에 작은 난로 하나가 들어온 것처럼 서서히 몸을 데워갔다.

인위적인 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열감이랄까.




그리고 그날 밤 그 무겁고 뻐근하던 통증이 조금씩 눅아 들기 시작했다. 주사치료도 병행 중이긴 했지만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짓누르던 통증의 강도가 절반쯤 줄어든 느낌.


참을만한 고통이 아닌 사라지는 중인 고통이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며 놀라운 변화가 이어졌다.


식욕.



오랫동안 잃었던 그 원초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본능이 돌아왔다.


며칠 전만 해도 아침을 거르고 억지로 밥 몇 숟갈 떠 넣던 내가 이젠 밤에 병원에서 라면으로 야식을 먹는다.


소화도 훨씬 잘되고 자다가 통증 때문에 깨던 밤도 점점 줄어들었다.


속이 편해지니 기분도 얼굴빛도 달라졌다.





물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고비가 올 때 날 집어삼키는 통증이 아니라 멀어지거나 흐려지는 통증이다.


주사로는 미처 닿지 못했던 곳까지 고주파의 열이 닿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암환자에게 좋은 치료"라고 하길래 나 같은 사람은 해당 없겠거니 했다. 광고문구 같은 느낌?



근육과 신경을 풀어주니 물리치료보다 훨씬 확실하게 혈액순환을 돕는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생리통으로 고생해 온 나로서는 PMS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율신경 치료로 좋아진 케이스이긴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을 만난 듯하다.



전극이 닿은 부위는 은근히 데워지면서 찜질팩보다 부드러운 열감이 퍼졌다. 데일 것 같은 기운만 있을 뿐 뜨겁지 않았고 저주파처럼 불편한 찌릿함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사지를 받는 듯한 편안한 열이 몸 안으로 번져왔다. 열의 강도는 조절할 수 있는데 나는 38도에서 41도까지 올랐다. (얼마 전 궁금해서 만나는 암환우분들께 여쭤보니 대부분 38~39도 정도라고 했다.)


만성적으로 뭉쳐 있던 근육이 조금씩 풀린다면 통증의 강도는 분명 낮아질 것이다.








고주파의 열이 몸 깊숙이 스며들면서 염증이 가라앉고 부종도 덜해지는 느낌에 과하게 부풀어 있던 풍선이 적당히 바람 빠지듯 몸 전체가 이완되었다.



몸이 풀리니 신경도 풀리고 자율신경계에도 분명 영향이 가는 것 같다.


불면증으로 밤새 천장을 헤아린 사람이라면 아마 이 온기를 베개 삼아 잠과 화해하는 경험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ㅎㅎ


무엇보다 내게 가장 큰 충격은 “전기 치료는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났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데우는 인체용 힐링 가마솥 고급 물리치료다.




다만 첫날은 몸 상태가 예민해서인지 열감이 약간 피로로 남았다. 그럼에도 방광 때문에 왼쪽 배를 짓누르던 알싸한 통증이 한 톤 낮아져 조금은 편해졌다.


배가 아플 때 찜질하면 나아지듯 고주파의 부드러운 열은 그 자체로 큰 장점이었다.


또 다른 장점은 열감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근육과 신경을 같이 자극해 풀어준다는 점이다.


꾸준히 받으면 만성적으로 뭉친 근육이 서서히 이완될 것 같다.


아직 와, 대박! 하고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희망적인 기대감이 생긴 건 사실이다.


통증관련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고 많은 암세포가 사멸되어 암환우분들의 희망이 되길...






확실한 건 땀이 나고 혈액순환이 되면서 피부톤이 한결 밝아졌다는 것!!


세면대 조명을 켜니 조명빨이기도 하겠지만 거울 속 얼굴이 조금 더 환해 보였다.

고압산소 받았을 때와 사우나 다녀올 때 기분이었다.



연예인들이 한다는 고압산소!




고압산소는 숨을 통해 몸 구석구석에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고 나서 피부 톤이 밝아지고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당시 명치가 답답해 걱정했는데 몇 차례 치료 후에는 숨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졌었다.



한여름에 해서 무척 덥긴 했지만ㅎㅎ



고주파는 근육과 신경 혈액순환을 직접적으로 자극해서 접근 방식과 몸에 닿는 느낌은 다르지만 한 번만 해도 확실히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치료에 예뻐지는 마법!



그날의 치료기록


외래에서 발열과 통증이 동시에 잠깐 8까지 치솟은 느낌이었는데 밤 10시 20분 3으로 떨어졌었다.


압박 시에는 5 정도의 쩌릿함이 있다.


무통이면 좋겠지만 나는 늘 누적 효과를 믿는다. 좋은 건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아침마다 근육이 굳은 듯 힘겹게 일어나는데 3회 차에 처음 세끼를 먹었고 속도 편안해졌다.





09월 11일 목요일 AM 3시쯤 깨고 30분 만에 잠든 것 같다.

그리고 AM 5시 20분 총 2회 깼는데 통증으로 깬 것은 아니다. 고주파가 혈류를 늘려주었을까.


2번 다 일시적으로 신경이 활성화된 듯 몸이 긴장하고 각성된 상태처럼 느껴져서 어딘가 깨어나는 반응 같았다.


이런 반응이 치료와 맞물리면 주사, 물치, 고주파치료가 서로 시너지를 내듯 효과가 배가될 듯.


원장님께 여쭤보고 더 이어가 볼 생각이다.



요 며칠 통증 때문에 새벽 두 시에야 겨우 잠들던 요즘과 달리, 오늘은 정반대다.


이런 느낌이라면 주사빨도 더 잘 받을 듯 ㅎㅎ

어제 주사는 조금 힘들었다.


이 모든 건 현재 느낌이고 고주파를 3회 정도 했을 때 똑같은 느낌이라면 신뢰가 100% 갈 것 같다.




꽤 자주 몇 시간 동안 통증이 7~8 수준이었고 특정 자세에서는 극심하게 힘들었다.


꼬리뼈 통증으로 20분 이상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는 쩌릿함과 뻐근함이 좀 세다.


지난번처럼 무통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치료 중에 마주하는 이런 변화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래서 이번 주는 기분이 가볍고 환하다.





지난주에 주치의 선생님께서 다음 주 퇴원 이야기를 하셨으니 이대로라면 드디어 퇴원이다!!!


오늘(9월 14일 일요일) 아침을 먹는데 몇몇 환우분들이 이제 아침 먹냐고, 식욕이 돌아왔느냐며 확실히 잘 먹으니까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어느 분은 나에게 나이롱 환자라며ㅋㅋ



행복한 H병원에서 더 행보칸 환자가 되어가고 있다.


8월 27일 세 차례 입원하면서부터 병원 행사에 너무 즐거워서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커피박 그림 그리기



9월 3일 수요일 마술 공연


인스타 캡처



9월 5일 행복 파스타 장인 셰프님께서 오셔서 환우들을 위해 고급 스파게티를...




한우 불고기 파스타와 올리브 마늘 파스타

지금까지 먹은 파스타 중 1등이었다.






9월 7일 일요일 원장님과 환우분들과 함께한 고산골 맨발 걷기


얼마나 시원하던지...

병원 오기 싫었다. ㅎㅎ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원장님은 이번에도 쓰레기를 주우셨다. 혼자 주우시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 반성반성!!

다음에는 다 같이 맨발로 플로킹을 하며 쓰레기를 주우면 좋겠다.



복화술 선생님의 공연



복화술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손가락 인형을 선물로 받았다. 병원 스테이션에 두고 사진 찍자 간호쌤이 사진 예쁘게 나와야 한다며 잡아주심ㅎㅎ


작은 인형 하나에 모두가 웃고 병원 복도가 잠시 따뜻해졌다.


병원에서 만든 비즈 팔찌까지 달아주었더니 더 예쁘다.



9월 10일 수요일 비즈 만들기


9월 12일 영화관람


치료사 선생님들이 운동도 알려주신다.

환우분들과 운동도 하고 모두가 이 순간만큼은 고통에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9월 13일 토요일 병원 내 독서모임



9월 13일 토요일 뷰티 테라피 손 마사지


선생님과 수다를 떨었다.


병원 곳곳을 보면 치유의 숲에 있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인형도 주사 맞음ㅎㅎ



모두가 친절하고 환우들을 위한 배려가 남달라서 회복도 남다르게 되어간다.


치료보다 병원 행사로 바빴던 즐거운 병원 생활도 추억이 되었다.





906호는 사랑방





이곳 환자분들은 병원의 이러한 다양한 행사들 덕분에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친근하게 다가간다.

서로의 식사를 챙기며 눈빛만 봐도 아픔의 깊이를 알아챈다.


누군가가 잠을 설쳤다고 하면 걱정해주고 나역시 통증으로 잠을 못잔 날이면 걱정해주셨다.
배식을 받아놓고 손 하나 까딱 못하던 날은 2끼를 먹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고 하니 박수를 쳐준 분도 계셨다.


타인의 걱정을 먼저 하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병이 아니라 삶의 진심을 회복하러 이 병원에 모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치료보다 치유가 먼저 오는 병원.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누군가의 고통이 조금 줄어든 날, 환하게 웃으며 “오늘은 좀 덜 아프네요”라고 말할 때였다.


그 말은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작은 축복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퇴원을 앞두고 있다.

지금 이 기록을 쓰고 있는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덜 아픈 사람이다.


삶은 고통과의 싸움이 아니라 회복을 발견해 가는 여정이다.


우리 모두가 오늘,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웃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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