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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생각

by 미리나


정신질환이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신체적인 질환과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율신경실조증을 겪으면서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직도 미세한 증상이 남아있긴 하지만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기에 이 정도면 완벽하다.


하지만 한때 이 병이 내 삶 전체를 뒤흔들었던 만큼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치료를 해냈다.

아니, 어쩌면 오버 치료(친구들의 애칭)를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의 상태를 알고 있던 몇몇 친구들은 내가 생각보다 좋아졌다며 그만 치료를 받으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고 나의 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 그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


내 상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한 조언일 수도 있다.

치료가 여전히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내 경험과 판단에 더 귀 기울였다.






나는 목 디스크를 몇 년 동안 겪으면서도 통증이 없으면 치료를 멈췄다가 다시 아프면 시작하는 식으로 반복했다.

때론 예약된 치료를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신경실조증은 달랐다.


삶을 갉아먹는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이 병 또한 몸만 아픈 게 아니라 마음과 감정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는 병이었다.


몸이 나아지는 것 같아도 작은 스트레스 하나에 다시 무너질 것 같은 느낌.


어느 날은 통증이 없어 완전히 나았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흔들리면 다시 증상이 나타날까 봐 불안한 것과 재발의 반복이었지만 어쨌든 끝까지 치료를 받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다가도 다시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병원을 꾸준히 다니는데도 "왜 재발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치료를 잘 받았던 나 자신에게 고맙다.

이토록 열정적으로 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재발을 수시로 겪었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 선택은 결국 내 삶을 지켜줬다.


정신질환이 치료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신체 질환처럼 명확한 원인 하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생리학적 문제,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섞여 있다.






원인이 명확하면 해결이 빠르지만 정신질환은 증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치료 과정도 복잡해진다.

다들 알다시피 뇌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데 바로 측정하거나 조절하기 어렵다.

나같은 경우는 검사를 받아도 명확히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치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음주측정기처럼 몸과 마음의 측정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안증, 우울증 환자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고 말해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감기처럼 며칠 약을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도에 따라 꾸준한 약물치료, 심리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이 필요하며, 몇 년 동안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 번 치료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치료 도중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커진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치료받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좋은 치료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 치료받을 환경 부족 등이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나도 포함) 스스로 병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나는 괜찮다." "이건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치료를 받는다.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래도 치료는 당연히 가능하다.

완치되거나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심한 경우에도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효과적으로 조합되면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힘든 일들을 다 잘해온 것처럼 천천히 방법을 찾아가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나도 그대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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