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씨앗
깊고 고요한 어둠 속
한 알의 씨앗이 나에게 왔다.
고통의 토양 위에 뿌려진 그것은
긴 밤을 지나며 서서히 숨을 틔웠다.
비탄은 비가 되어 속을 적시고
눈물은 햇살이 되어 온기를 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처는 연약함이 아닌
단단한 뿌리로 자리 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줄기.
흉터마저 빛으로 품어낸 잎새.
마침내 고통을 품고도 찬란히
피어나는 꽃.
아픈 날들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고통의 조각은 서서히 모래처럼 흩어진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면
상처는 빛을 머금는다.
눈물 속에도 온기가 깃들고
어둠 속에서도 새벽이 찾아오듯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다시 타오른다.
치유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아주는 것.
고통을 안고도
다시 피어나는 것.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빛 속에 두는 일임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싹을 틔우고 싶은 의지가 마음속 깊이 움트고
꽃을 피워내고 싶은 설렘이 부드럽게 피어오른다.
기다림 끝에 다가온 순간,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모두 나를 응원하는 듯하다.
아아, 고맙기도 하여라.
마침내 그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