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항암 후 가발구매
다음 날 아침, 나는 조심스럽게 하루를 시작했다. 첫 항암 치료 후의 일상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웠다. 혈압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태연하게 퇴원 준비를 마치며,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가볍지 않은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퇴원길에 남편은 "집으로 가기 전에 가발 전문점을 들르자."
홍대에 있는 항암 전문 가발점은 병원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조금 피곤한 기운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소소한 일상’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활기찬 대학가의 풍경 속에, 항암 치료를 위해 마련된 가발점이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수많은 가발이 반기고 있었다. 긴 머리, 단발머리, 모자에 붙여 쓰는 타입의 가발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장처럼 놓여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손님이 들어왔다. 부인은 유방암 환자인 듯했는데, 이미 머리카락은 빠지고 두건을 두른 모습이었다. 그 부인의 남편은 '얼마 안 쓸 건데, 빨리 고르고 가자'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게 하는 말도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의 말이 날카롭게 느껴졌는지 감정이 복받쳐올라, 속으로 눈길을 주며 살짝 입술을 굳혔다. 반면, 내 옆에는 남편이 있었다. 긴 머리, 단발머리 가발을 써보고는 뒤이어 원하는 것을 다 골라보라고 했다. 나는 결국, 가발 탈부착이 가능한 벙거지 모자와 머리띠를 선택했다. 병원 가는 날 외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비싼 가발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모두 빠져버린 후 써야 할 가발을 구매하면서도 나는 내 것을 주저하는 엄마였다.
남편의 그 마음은 무거우면서도, 작은 선택이 주는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혹시 손발이 약해질 수 있으니' 손발톱 보호제와 항암용 샴푸까지 챙겼다. 항암의 부작용을 미리 알아보고, 고른 그 제품들 안에는 남편의 걱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오늘도, 알아보고 싶지 않았던 유방암의 세계에 조금씩 적응하며 오로시 몸으로 부작용을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
잘해나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