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준비는 끝났다.

낯선 이름들과 함께한 항암의 첫날,

by Mirmamang

평소 혈압이 낮았던 나는, 항암을 시작하기 전부터 혈압을 반복해 체크했다. 혹시라도 투약 중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노란색 차광 봉투에 담긴 항암약이 조심스레 병실로 들어왔다. 드디어 나의 첫 항암 투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첫 투약이라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 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시술받은 캐모포트에 바늘을 연결하고, 조심스럽게 준비가 이어졌다. 간호사는 장갑을 끼고 손 소독을 반복하며 철저하게 감염을 차단했다. 사용한 도구들은 별도의 봉투에 담겼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감염병 환자라도 된 것 같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름도 생소한 약들 — 퍼제타, 샴페넷, 디탁셀, 네오플라틴. 낯설고 긴 이름들이지만, 이 약들이 내 몸속 암세포를 없애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약물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였다.

남편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20여 일간의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을 지나, 드디어 치료를 선택하고 받아들인 나를 따뜻하게 응원해 주었다.


두 가지 약이 끝날 즈음,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간호사는 다리를 높이 올리고 잠시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불안했지만, 다행히 30분쯤 지나자 다시 혈압이 안정되었고, 나머지 약물 투약이 계속될 수 있었다.

구토를 막기 위한 주사,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주사도 함께 투여되었다. 내 몸이 항암을 받아들이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여러 반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예전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항암’의 세계. 그 막연한 두려움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고, 그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의학은 쉼 없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4시간이 넘는 투약이 끝나자, 비로소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이제 첫걸음을 뗐다.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이 여정의 첫 장을 넘긴 날이었다.


항암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누군가는 잘 넘긴다지만, 또 누군가는 그 고통이 하루하루를 갉아먹는다고 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언제쯤 머리카락이 빠질까?

거울 속 바뀐 내 얼굴을 나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나보다도 아이들이 과연 엄마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마음이 무너질 걸 너무도 잘 알기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양가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할까?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나의 첫 항암 날

긴장이 온몸을 조이고, 감정은 자꾸만 앞질러 나아갔다.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

피로와 긴장, 걱정과 눈물의 무게에 잠식되듯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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