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항암 후 부작용 시작
가발과 용품들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한층 무거워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시부모님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손뼉 치며 반겨주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에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다. 브라우니는 오랜만에 나를 보고 매우 반가워했지만, 남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브라우니를 분리시켰다. 집을 비운 지 5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함이 밀려왔다. 집안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가득했고, 씻으면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지들을 정리하는 동안 아직 말 못 할 감정을 가슴에 담았다. 부모님께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컸다. 포트가 삽입된 부위가 불편하고 통증이 있으면서도, 이는 곧 익숙해지고 적응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함께 자리 잡아갔다.
이미 항암 치료를 시작했으니, 곧 머리카락이 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망설임 없이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다음 날 예약이 가능했다. 엄마가 짧은 머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도 ‘머리카락이 다 빠져도 나는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짧은 머리를 하고 난 후, 아이들은 놀라움과 사랑의 눈빛으로 나를 맞이했고, 급히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 순간, 오늘의 이 모습이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작은 불안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지만, 그보다 더 강한 행복이 앞섰다. 남편은 단풍나무 아래에 의자를 두고 나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서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으며 소중한 시간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오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항암 시작 전에 대자연의 마법에 걸려서 배가 아프던 터였지만, 이번에는 훨씬 심각하게 느껴졌다. 바로 화장실과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몇 차례하고 나자 이번에는 포트 주변이 계속해서 찌릿했고, 숨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 급기야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워지고, 포트에 연결된 튜브가 혈관에 유착된 건 아닌지 걱정하며 내 몸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사진 찍고 가족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이 며칠 전 꿈처럼 느껴졌다.
몇 시간 후, 두통은 점점 심해지고 호흡곤란이 와서, 남편은 곧장 강북삼성병원에 문의했고, 거리상 가까운 국제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받은 검사들 CT, X-ray, 혈액 검사는 놀랍게도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은 케모포트 시술 후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폐와 관련된 위험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머리 통증과 호흡 곤란은 남아 있어서, 응급의학과 교수는 “몸에 다른 이상은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시고, 증상이 계속되면 다시 오세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나는 침착하게 집으로 돌아왔고, 몇 차례 화장실에 들르고는, 곧장 침대에 스며들 듯 쓰러졌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나는 원하든 원치않든 새롭게 시작될 항암 부작용의 일상으로 들어왔고,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길이 내게 남아있을지 모른 채. 하지만 가족의 사랑과 지지 속에서,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다시 일어설 힘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