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건강한 한 상차림

이거였구나 항암 부작용

by Mirmamang

항암 후 처음으로 찾아온 부작용, 설사가 나를 강하게 흔들었다.

구토를 막아주는 주사와 패치 덕분에 구토증상은 피했지만, 몸은 확실히 무거워지고 기운이 급격히 떨어졌다. 허리를 곧게 펴기도 버거울 지경이었고, 평소라면 5초도 걸리지 않을 계단 내려가기가 마치 10리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우 주방 식탁에 앉아 한 숟가락 떠놓고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몇 차례 반복하니 자연스럽게 식욕은 사라졌고, 무력감이 나를 휘감았다. 먹고 싶은 마음도 의지도 희미해져 결국 다시 방으로 올라가 돌아눕게 되었다. 몸은 참혹하게 피곤했고, 한 끼의 건강한 식사를 만들기 위한 남편의 수고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병원에서 증상별 처방받은 약에는 지사제와 진통제가 있었지만 항암제로 인해 열일하기 시작하는 간에 혹시라도 무리를 줄까 싶어서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자 대자연의 마법과 설사의 콜라보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에 어쩔 수 없이 지사제와 진통제를 복용했다.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항암제의 강력함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냥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저녁시간이 되었고, 남편은 어김없이 건강한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한 숟갈 먹기도 버거운 나를 위해 예쁘게 데코레이션을 했고 눈으로라도 먹으라며... 그렇게 애써 준비한 밥인데 애써 두 숟갈 뜨고 나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숟가락 들 힘도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도, 그 음식물을 씹을 힘도 나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입안에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젠장...

keyword
이전 09화희망과 두려움의 교차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