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기 전,
생협에 황매실을 주문해 두었었다.
그냥 매년처럼,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유방암입니다’라는 진단을 받은 직후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상자 안엔,
단단하고 노르스름하고 달달한 향기를 품은 황매실이 한가득.
그 순간 이상하게도
이 매실들이 나에게 위로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3개월 후면 이 황매실이 익겠지…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세 달 뒤
내 몸은 지금보다 얼마나 나아 있을까.
아니, 내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까.
답은 모르지만
이 황매실이 발효되어 단맛을 낼 무렵,
나의 삶도 조금은 향기롭게 익어가 있기를.
암이라는 병은
몸만 아픈 게 아니었다.
마음과 생각까지 같이 흔들어놓는다.
하지만 매실 한 알 한 알을 씻으며
나는 조용히 기대해 본다.
'이 아픔이 지나고 나면,
내 삶에도 달큼한 향이 다시 피어날 거라고...'
그렇게 세 달의 시간을 보내고 황매실을 떠야 하는 시간이 왔다.
세 달의 시간 동안 나는 3번의 항암으로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
항암 부작용으로 손과 발의 말초신경은 약해졌고, 체중은 빠졌고,
입안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하얗게 수포가 올라왔고,
무엇보다 흔들리는 멘털을 잡고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닮아 있었다.
자연의 힘이 만들어내는 기다림과 변화...
세 달 동안 매실과 설탕이 항아리 안에서 잘 숙성되어 맛있는 매실액기스가 만들어졌듯이,
내 안의 치유와 희망을 다시 한번 믿어본다.
나에게도 항암제의 숙성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픔도 지나가고, 내 삶에 다시 달콤한 향기가 퍼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