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지난 10개월여 동안 해외 미술관은 주로 해외출장일 때 개인휴가를 붙여 다녀왔다. 프로젝트가 힘들때면 '이거 끝나고 미술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었다.
라스베가스, 샌프란 프로젝트를 1, 2월에 연이어 끝내고 3월 초 신제품 국내 런칭까지 쉼 없이 달리곤
'좀 쉬어야 해!!!'하는 강한 내 안의 소리가 들려, 도쿄의 미술관을 둘러보는 휴가계획을 세웠다.
관광지는 안가야지, 딱 미술관만 가야지, 하루에 2개씩만 가고 나머지 시간은 카페에서 책읽고 글쓰고, 저녁엔 좋은거 먹고, 쇼핑하고 그래야지
그렇게 5일을 통으로 비워 진짜로 그렇게 했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니 해외여행이 처음인 대학생 조카가 자기도 간다길래
"이모는 미술관만 갈꺼야, 너는 너의 루트를 짜"라고 말했지만 나도 내심 걱정이었는데 도쿄는 전세계에서 서울 만큼 안전한 곳 중의 하나고 전철이 잘 되 있으니 각개로 다녀도 되겠다 싶어 동행친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조카는 젠지들이 좋아할만한 핫스팟들과 일본애니메션 성지 위주로, 나는 오롯이 미술관 위주로 루트를 짰다.
단, 팀랩만은 조카도 봤으면 싶어 같이 가기로 하고 미리 예약
4박5일 동안 총 6개의 미술관과 1개의 체험형 미디어아트를 봤다.
(도쿄) 국립 서양미술관 - La Bretagne 기획전 + 상설전
도쿄도 미술관 - 에곤실레전
모리 아트 뮤지엄 - Roppinggi Crossing 2022: Coming & Going전
(도쿄) 국립 신미술관 - 루브르전
teamLab Planets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 - 도쿄국립 근대미술관 70주년 기념전 "중요 문화재의 비밀" 기획전 + 상설전
네즈 미술관
이 중 가장 좋았던 곳은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의 기획 & 상설전 모두
도쿄도 미술관의 에곤실레전
네즈미술관의 야외정원
과 독특한 몰입형 체험을 제공한
팀랩
이렇게 4개다
위 4개를 제외한 다른 미술관들은 컬렉션, 전시기법,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예상했던 것 만큼 훌륭하지 않았다.
1900년 이전의 일본 자체의 미술엔 관심이 없다. 우리 미술이 훨씬 고고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바이어스 인정, 뭐 당연한거 아닙니까? 알수록 사랑하는 건데...)
1900년 이후의 서양미술을 받아들인 일본 미술에 관심이 있었고, 그 컬렉션이 보고 싶었다.
사실 도쿄를 선택한 것은 어찌저찌해도 우리보다 서양미술을 먼저 받아들였고, 우리의 근대미술을 형성한 수많은 걸출한 화가들이 파리가 안되면 동경에서 교육을 받았던 지라 그렇게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일본서양미술의 수준을 내 눈으로 보고 싶어서였는데, 일본의 가장 주요한 미술관들이었는대도 생각 만큼의 수준이 아니어서 바다 건너 시간들여 돈들여 간 것이 되게 아쉬우면서도 은근 만족스러웠다
(나 변태...이 마음 뭔지 알죠옹???)
우리 나라가 잘하네.. 미술도 그러네...
물론 일본의 모든 미술관을 본 것이 아니라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최소한 우리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 미술관처럼 일반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미술관들과 비교해 일본의 대표 미술관들이 우리보다 월등히 나은 그 무엇이 있었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현재까진 그러하고,
그래서 다음에 도쿄를 간다면 일반적 미술관 보다는 갤러리 위주, 그리고 나오시마 같은 예술가 섬에 가고 싶고, 박물관은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식 도자기를 보고 싶어 도자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면 찾아서 가보고 싶다.
여기까진 일본 미술관들을 다녀온 일반적인 소회를 우선 남겨두는 것이고, 위 순서대로 한 회 씩 미술관을 복기하며서 블로그를 할 예정.
나 좋아서, 나 나중에 기억하라고 쓰는 것이지만 또 누군가 이 글 들을 보고 별로 자료가 많지 않은 도쿄 미술관들에 대해 작은 정보라도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