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VRE"전
도쿄 국립신미술관은 우리의 코엑스나 킨텍스같은 가변형 Fair들을 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신미술관이라고 하였는데 건물을 새로 지었다는 의미 정도로 보이고 루브르전을 하고 있지만 미술품보다는 산업전시, Tradeshow, 굳이 미술품을 전시하겠다면 우리의 화랑제나 프리즈/키아프가 코엑스나 세텍에서 하는 것처럼 벽체위주의 공간만 제공하는 단발성 행사를 하는 것이 공간특성과 관객을 고려한 선택이지 싶다.
미술관인데 딱 코엑스나 킨텍스처럼 생겼다. 내부도 모듈화된 벽체와 집기를 넣고 빼기 좋은 구조이지 미술관은 아니다.
미술관은 건축물도 감상의 일부인데.. 이런 곳에서 루브르전이라고...
하아.. 마이 실망...
실망은 잠시 접고 파리를 마지막으로 간지 10년도 넘은 것 같으니 일단 파리의 정취를 좀 느껴 보자
타이틀은 "LOUVRE"전 "U"와 "R"을 희미하게 처리해 "LOVE"를 강조했다. 루브르전이나 "사랑"을 소주제로 하겠다는 의도는 직관적으로 잘 전달된 전시
이 전시도 촬영이 금지고, 출구 쪽 마지막 한 방에 약 10점의 작품만 촬영이 허용됐다.
사람들은 이렇게 줄서서 한방향으로 이동하며 5초씩 본다. 컨베이어 벨트같다. 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이 있으나 알만한 작가나 작품은 별로 없어서 컨텐츠로도 또 좀 실망. 루브르 특유의 고전적이고 로맨틱한 인물표현 중심의 작품들인건 알겠는데 오로지 그런 작품만 줄줄이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눈이 번쩍뜨이는 작품 한점 발견하지 못하고 드디어 끝방에 왔다. 촬영이 허용되었어도 별로 찍을 작품도 없었을 듯하니 오히려 기뻐해야 하나...
마지막방은 촬영이 허락된 곳이다.
바로 아래 작품은 전시포스터로 사용된 작품인데 전시 주제인 "LOVE"를 정확히 들어내는 '큐피드와 푸쉬케'
아름다운 작품임에는 틀림없는데 너무 판에 박힌 느낌이긴 하다.
인간 (신이긴 하지만 생물의 의미)을 그린 것이 아니라 조각을 회화로 옮겨 놓은 느낌
몰캉한 사랑도 딱딱하게 굳을거 같은데...
그 시대의 특징이기도 한 대리석처럼 고운 피부표현에 다소 지루해질 즈음 붓질의 흔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회화 몇 점을 발견하고 반가워짐.
하나는 로미오와 줄리엣, 다른 하나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 몸을 가진 사이렌을 표현했다
소재도 갑자기 편안해져 나의 오늘의 픽은 이 두 작품으로 하겠음
기획전의 수준에 따라 갈리겠다만 일단 나는 미술품이 전시되는 공간도 감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뮤지엄산이나, 리움, 국립중앙박물관, 석파정 서울미술관 등, 공간이 주는 아우라가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태도를 이미 준비시키는 곳들이 좋다. 금방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공간에 벽체를 넣고 작품들을 건 다음 미술관이라고 하는 곳은 그 곳에 산해진미를 차려 놓아도 일회용 접시에 담아 준 것과 진배 없다고 보인다.
국립이라는 이름과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많이 부족했던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