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Nov 04. 2023

피카소 전혁림 앤디워홀 展 중 전혁림 전시리뷰

노무현대통령과 전혁림 작가의 스토리를 알고선 올초 현재 청와대 인왕실에 걸려있는 <통영항>작품을 찾아 보고 난 후 전혁림작품은 K현대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근자에 바로 전시가 끝났다는 걸 알고는 언젠가 전혁림 전을 다시 해주겠지...하며 기다리던 그 날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전혁림
앤디 워홀 (Andy Warhol)
23.5.27 ~24.1.31
K현대미술관



지난주인가 전혁림 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늘 그렇듯이 어떤 정보도 찾지 않고 간 것인데, 전시는 5월부터 시작하여 이미 한참을 하고 있었고, 전혁림 단독전이 아니라 피카소와 앤디워홀이 함께 한 전시였다.


피카소나 워홀이 우리 나라에서 먹히는 경향이 있어 함께 전시기획을 했겠다만 전시를 보고나면 피카소나 워홀은 전혁림을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생각이 든다.  


전혁림의 위대한 작품들에 대해 관람객에게 알리고는 싶은데 전혁림만으로는 홍보가 덜 되는 현실이니 일단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피카소나 워홀의 원화가 있다고 하면 발길이 닿기 마련인 것이라 이런 접근법은 현명했다고 본다.


보고 나니 피카소나 워홀은 거둘 뿐 전혁림을 위한 전시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시는 아쉽게도 촬영이 불가하다.  게다가 관람도 정시에 도슨트를 대동하고 들어가야 하며 관람시간도 1시간으로 제한된다. 나로서는 대단히 불친절하고 불편한 관람환경. 비용도 2만5천원이라 보통의 전시가 무료거나 1만원 안팎인 것에 비해 비싸다.


그럼에도 전혁림의 인생이 집대성된 전시를 보고 나서는 "만족한다"는 말로 전시에 대한 총평을 하고 싶다.  


4층의 메인 전시장 촬영은 불가한데 관람을 다 마치고 내려오면 1층에 그의 주요작 3점은 촬영을 할 수 있다.



노대통령과의 전작가와의 연이 시작된 원화 3작품.


가운데가 인왕실에 걸려있는 <통영항>작품과 가장 근사하고,

왼쪽이 통영항을 포함한 더 와이드한 작품으로 한려수도를 표현했다.

전혁림은 구상에서 반구상/반추상을 거쳐 완전 추상으로 나아갔는데 오른쪽은 완전추상 작품이다.


이 세 그림을 한 시야 안에 넣고 보니 왜 노대통령이 이 그림을 보면서 고향을 떠올리고 외교를 고려하며 국가를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인왕실에 걸려있는 <통영항>작품과 가장 근사한 작품.


너무 멀리 걸려있던 인왕실의 <통영항> 작품이 내 눈앞으로 나아왔다. 인왕실의 작품보다 조금 작고 코발트블루는 조금 옅었는데 이 작품 그대로 더 가볍고 경쾌했다.


위 4층의 본전시에서도 느꼈는데 전작가님은 그림의 완성도나 디테일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 듯도 했다.


작가님은 대작을 많이 하시며 대단히 빠른 작업 속도를 갖고 계신데 선과 선이 만나는 곳, 면과 면이 부딪히는 곳을 디테일하게 처리하면 그 만큼의 속도감은 안나오지 싶다.


가운데 <통영항> 작품이 먼저 익숙해 눈이 갔는데 자리에 앉아 찬찬히 보니 이번엔 왼쪽의 이 작품이 좋았다.


그림에서 소리가 나더라


"와글와글"


사람은 한명도 그려넣지 않았는데 그림 속에서 시끌벅적 와글와글 부둣가 사람들의 삶의 소리가 들렸다. 특히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깃배들에서는 그랬다. 만선을 바라고 그 마음을 서로 나누고 잡은 고기로 생활을 하러 나아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작품이 너무 크니 3부분으로 쪼개 실었다.
와글와글 소리가 나는 고깃배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운데서 바깥으로

아래서 위로


여러 방향에서 그림을 읽고 마음에 품으니

삶에 에너지가 되고 생기가 돌고 즐거운 마음이 동한다.


전작가님의 그림엔 그런 힘이 있다.


그의 추상은 미적으로 아름답다.


그를 한국의 피카소라고 한다는데 형태를 해체하여 다시 재조합 하는 과정은 그럴 것이고 허나 그 대상이 사람이기 보다는 한국의 전통적인 것들이어서 그리 유사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저 몇십년 전 이런 입체주의의 대가로 피카소가 유명하니 기자건, 평론가건, 아님 어떤 인터뷰이가 쉽게 붙인 비유인데 이를 그저 편하게 가져다 쓴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그림도 너무 커 4조각으로 잘라 싣는다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


이 세작품만 가지고도 전시를 본 의미는 충분했다.


허나 텍스트로라도 남겨 4층의 본 전시를 기억하고자 하는데 4층의 전혁림 메인 전시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918개의 사각 목기에 단하나도 겹치지 않게 그의 추상 문양을 그려 놓은 <만다라> 시리즈와

<코리아 판타지>라고 명명된 12개의 연작을 한 방에 쫙 이어 붙여 전시해 놓은 공간이었다.


박대성 화백의 <코리아 판타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바다와 한국의 산수와 한국의 전통문양과 코발트 블루 등이 어우러진 서정적 대작이었다.


(이 그림들도 언뜻만 봐도 디테일이나 완성도가 눈에 걸리나 그림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목적을 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외에 사창가의 여인들을 모델삼은 누드 시리즈는 그들이 전작가의 미술적 완성도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기 보다 모델이라도 하여 생활에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함이었나... 생각한다.


누드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아름답다기 보다 고단하고 무료했으며 그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 이리 생각했다.


전시를 봄에 혼자 보는 것을 즐기고 감상전 어떤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심히 꺼리는 나로서는 도슨트가 동행해야 하는 전시관람 시스템이 가장 힘이 들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내가 아는 것이기도 하고 처음 듣는 것이기도 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닥 나쁘지만은 않았고 (그럼에도 도슨트 설명은 앞으로도 선호하지 않을 듯하다) 누군가의 설명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은 좋을 수 있겠다 생각한다.  


전혁림에 관한한 K현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그에 대한 부심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시를 통해 느껴졌다.


전작가님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약간의 허들이 있겠다만 미루지 말고 보기를 추천

작가의 이전글 장욱진 회고전 #2_RM의 소장품인 듯한 작품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