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

MIRROR둔 이야기

by 매거진 미러
20190123-YD101104 복사 (1).jpg

고작 스물다섯.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는 걸 알아.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오늘은 말해보려고 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불안하고 우울할 때가 있어. 모든 게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득하기도

하고, 동시에 너무나 가까워서 숨이 막히는 것 같기도 하지. 그럴 때마다 되뇌는 생각이 있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 이상하게도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평온을

되찾아. 나를 주저앉아 울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 저 먼 우주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얼마나 작고 하찮은

일인지를 깨닫게 되는 거야. 그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후련했는지 너는 모를

거야.

어쩌면 네가 되물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우리가 발버둥 치고 구르며 살아온 이 시간도 무가치한 것이

아니냐고. 솔직히 난 그렇다고 생각해. 우리가 얼마나 괴롭든, 그 괴로움을 누가 알아주든 말든, 의미

없어. 우리 모두 사실은 알고 있잖아. 모두 잊히고 사라지기 마련이야. 그리고 그 무의미함을 앎에도

계속 살아있다는 것, 그렇게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 아닐까.

한철 피고 지는 꽃들과 금세 사라지는 별들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도 그것들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일 거야. 우리도 마찬가지. 아무리 우리가 찰나의 순간을 살다 가는 무의미한 존재일지라도, 그

아름다움 하나만으로 살아갈 이유는 충분할 테지.

그래서 난 네가 죽고 싶어도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이 무의미한 세상을 오래오래.

<술주정>

Editor 김윤희

Photographer 김영동

keyword
작가의 이전글Vol.9 <ul:kin, 업사이클링 : 습작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