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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Dec 22. 2021

Vol.13 <사랑을 그리는 사람, 민조킹>

[기록보관소]


사서 김은지입니다.


남녀의 사랑하는 모습,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끄럽기도 민망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일 텐데요. 민조킹의 그림은 이런 사랑의 진정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익숙한 몸의 화려하지 않은 표현으로 우리에게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민조킹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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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리는 사람, 민조킹

얇은 선이 거침없이 흘러내린다. 곡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인간의 꾸밈없고 솔직한 모습을 그려내는 아티스트 민조킹. 그녀의 작업실에서 그녀가 그리는 날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민조킹을 모르는 독자들도 있을 거예요. ‘민조킹’은 어떤 사람인가요?

보통 ‘그림 그리는 민조킹입니다’라고 소개해요. 그림이랑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니다가 3년 전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업을 했고요. 남녀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책도 출간했고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그림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꾸밈없는 모습들을 그리게 된 데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던 때부터 줄곧 이용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일상 사진을 올렸는데 취미로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가 그린 그림들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별다른 생각 없이 여자가 남자의 바지를 벗기는 장면을 그려서 올렸는데 반응이 되게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그리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림을 취미로 다시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원래 그림을 그려오셨던 건가요?

아,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배우고 싶었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고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일에 종사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미술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보니 취미로 다시 시작했었어요. 평범한 직장인이셨는데, 취미가 직업이 된 거잖아요. 본업으로 삼기에는 분명 불안한 요소들이 있고 큰 용기가 필요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의외로 겁이 많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독립 출판을 했을 때는 그림 그리는 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는 것과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가 2015년에 출간 제의를 받았고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와 도 맞물렸어요. 책을 내면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는 거니까 회사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어요. 또 프리랜서가 되면 고정적인 수입이 사라진다는 부분도 고민이 되었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제 미래의 가능성을 지지해주고 믿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적어도 남편은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니까 좀 믿는 구석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웃음)


어느새 인스타그램은 9만 팔로워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팬층이 두터워 보이는데, 작업하실 때 독자들의 반응을 의식하시는 편인가요?

보는 사람의 반응은 당연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죠.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팔로워가 몇백, 몇천 명일 때는 굉장히 과감했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만 명을 처음 넘었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신이 나서 하루에 작품 한 개는 무조건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올렸어요. 그런데 보는 눈이 점점 많아지니까 제 그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거나 충고를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제가 소심한 편이어서 위축되기도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 타협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좋아요’ 수만 놓고 봤을 때 ‘아, 사람 들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어떤 그림을 별로 안 좋아하는 구나’ 그런 게 눈에 보이잖아요. 한동안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에 초점을 맞추어 그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의식을 많이 내려놓고 그냥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올리는 편이에요. 민조킹의 그림은 나체임에도 유독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다 드러내지 않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그림을 많이 그리려고 해요. 간혹 제 기분이 내키면 과감한 그림을 툭 그리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나는 지금 야하고 자극적인 걸 그리고 있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그린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려요. 그러다 보니 보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도 제 그림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으신 것 같아요. 또 제 그림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의 몸이 되게 친근하잖아요. 근육질로 그리거나 신체를 과장시키지 않거든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오히려 더 편하게 봐 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몇몇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적도 있으시죠? 작업은 어떠셨어요?

네, 지금 생각나는 건 텐가예요. ‘남성 자위 기구 브랜드’라고 해서 굉장히 자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회적인 것들에 관심도 많고 저한테 그림을 의뢰했을 때에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고정된 성 이미 지를 형상화하는 그림은 피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거든요. 그런 걸 보고 ‘보다 건전한 성문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이후로 더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었어요. 또 로우클래식이라는 의류 브랜드와도 협업을 했었어요. 패션쇼에 갔더니 제 그림이 올라간 컬렉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하더라고요. 제 작품이 새로운 방식으로 실물화된 모습을 보니까 왠지 감동적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예전보다는 성적으로 개방되어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면도 있는 듯해요. 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있어서 뭐가 가장 중요할까요?

우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받았던 성교육이나 요즘 학교 에서의 성교육이나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 이 들어요. 가정에서도 성교육을 꺼리거나 쉬쉬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분위기들 때문에 여전히 폐쇄적인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또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정보를 무분별 하게 받아들이다 보니까 잘못된 것들을 흡수하거나 정보가 변질되는 면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올바른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민조킹이 생각하는 올바른 성생활은 무엇인가요?

물론 좋은 섹스에 대한 기준이야 없겠지만요. 성인이 되면 자신의 성을 자유롭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구나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만큼 상대방의 권리 또한 존중해주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존중과 배려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관계가 올바른 관계가 아닐까요? 민조킹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성에 대한 마음속 벽을 무너뜨리는 이들도 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다는 큰 사명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생각했을 때 아름답 고 자연스러운 것들,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것들을 그리는 거니까 보시는 분들의 의견은 굉장히 다양할 거라고 생각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에 대한 부정 적인 인식이 제 그림 덕분에 바뀌었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도 뿌듯함을 느끼고요.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그건 그분들의 가치관이니까 저의 역할과 역량 밖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영향을 주고 싶다’ 라기 보다 제가 추구하는 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것으로 인해 좋은 인식을 갖게 된다면 좋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 대해서는 굳이 제가 설득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올해 예정되어있는 전시나 출판 계획이 있으신가요?

작년 12월에 개인전을 했는데 전시를 한 번 해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작품이 좀 더 쌓여야 해서 전시 계획은 아직 없고, 미러 13호가 발행될 때쯤이면 책이 나와 있을 거예요.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준비했어요. 회사에 다니다가 프리랜서가 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하반기에는 제가 독립 출판을 했던 라는 책의 내용을 토대로 웹툰 후속작 준비에 들어갈 것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민조킹은 십 년 후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십 년 후면… 제가 44살. (웃음) 제 손목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릴 것 같아요. 저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림을 오래오래 그리는 게 하나의 바람이에요.



Vol.13 <사랑을 그리는 사람, 민조킹>中

Editor 권소연

Photographer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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