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장 정리 꿀팁
요즘 아이랑 단어장을 써보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책으로 영어를 익혀온 터라 그동안은 단어를 따로 외우기보단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방식을 주로 해왔다.
별도로 아이의 글쓰기 스킬 향상을 위해 영어일기는 문법적으로 맞던 틀리던 상관없이 자유롭게 쭉쭉 써보라고 하고 있다. 일주일 중 3일은 좋아하는 글을 골라 필사하고, 2일은 본인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으로 규칙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필사를 지루해했는데, 최근에는 본인 일기를 쓰는 재미에 빠져서 '필사와 본인 글의 비율'이 역전되고 있는 중이다. 영어일기는 빨간 줄로 쫙쫙 그으며 첨삭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자유롭게 써보면서 글 쓰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지금은 내버려 두고 있다. 훗날,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을 익히고 나면 지금 쓰는 일기는 귀엽게 느껴지겠지. 그런데 아이가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아이가 갸우뚱하며 동사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엄마, 일기는 지난 일을 쓰는 거니까 go는 went가 돼?”
“eat는 왜 eated가 아니라 ate야? 왜 다르게 쓰여?”
매번 현재시제, 과거시제 넘나들며 자유분방하게 쓰더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동사 3단 변화를 본격적으로 다룰 타이밍이다. 단어장이 필요해지는 시기이다.
나는 아이에게 단어장을 쓰는 방법부터 새로 알려줬다. 그냥 뜻만 외우는 단어장은 오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날 하루 책에서 읽었거나, 아니면 일기를 쓰다가 막혀서 사전을 찾아보게 된 단어가 있었다면 딱 3개까지만 적어보자. 더 적으면 안 돼! 꼭 알고 싶은 것 3개까지 만이야 하고 제한을 두니 오히려 매일 부담스럽지 않게 꾸준히 하는 효과가 생겼다. 그래서 단어장 한 바닥이 완성이 되는 날은 퀴즈 타임으로 짧게 5분 내로 리뷰한다. 단어장은 아래와 같은 양식으로 정리하는데, 동사의 경우는 시제에 따른 3단 변화까지 꼭 체크하도록 한다.
영어 단어
V. (동사 표시)
한국어 뜻
영어 예문 한 문장
동사 3단 변화 (현재형-과거형-과거분사형)
며칠 전 아이가 쓴 단어장을 보니 꽤 흐뭇했다.
손글씨로 ‘V.’ 표시도 하고
sing
v. 노래하다
She usually sings in the shower.
(sing-sang-sung)
변화까지 꼼꼼히 적었다. 물론 아직 익숙지 않아서 문장에서 그 단어의 역할이 동사(v.)인지 명사(n.)인지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예문을 쓰는 실수도 종종 보인다.
사실 동사 3단 변화는 그냥 외우라고 하면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쓰고, 문장에 넣어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단어 하나에도 시간 흐름이 담긴다는 걸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나는 이런 공부가 느리고 오래 걸리지만 나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큰 아이가 저학년 때 대형영어학원에 1년 정도 다니며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단어-한국어 뜻' 페어링으로 매일 30개씩 외워야 하는 단어테스트였다. 어휘가 느는데 단어 암기만큼 중요한 것도 없겠지만, 아직 동기가 자리잡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가혹하다고 느껴졌다. 아이가 "vapor는 증기"라고 외우면서도 정작 증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는 사태를 접했을 때에는 뜨악.. 하며 학원을 멈추고 엄마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하루에 단어를 100개씩 외워야 하는 시기도 반드시 올 것이다. 아이가 영어를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내적 동기가 강해지는 시점(대부분 중학생 시기라고들 한다)이 온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단단해지는 시기가 오기 전 워밍업으로, 지금은 나만의 단어장을 정리해 보는 것 어떨까?
얼마 전에는 글쓰기의 대가, 나민애 교수님의 어휘력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들을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은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것이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어휘를 품격 있게 만들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어장을 만드는 방법은 '영어 단어장' 쓰는 방식과 똑같이 '한국어 단어장'을 써보는 것이라고 한다. 나민애 교수 역시 어린 시절, 존경하는 어른이 '그 표현 참 관념적이지 않니?'라고 하는 말을 듣고, '관념적'이라는 표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으며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나도 꼭 써먹어봐야지 하며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어가 어떤 성격을 가지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사전을 찾아보는 행위, 그리고 그 단어를 적용해서 예문을 적어보는 것까지 해보고 이따금씩 써보기도 한다면 어느 순간 그 단어가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영어 단어장이든 한국어 단어장이든, 결국은 "내가 써보고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지금 아이가 쓰고 있는 단어장도 언젠가는 아이의 언어가 되어, 그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우리 아이들도, 나도 글을 써보면서 우리만의 단어장 한 장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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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문제집 풀어보기
Grammar Inside : Unit01. be동사의 현재형과 과거형 / Unit02. 일반동사의 과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