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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류 Oct 20. 2023

날마다 여행 중입니다.

캐나다는 친절하지만 H관광은 친절하지 않다.

H관광은 코로나19 팬더믹 이전까지 내가 가장 애용했던 여행사이다.

타사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여행자의 품격과 여유를 지향하는 한 나라 위주로 짜인 상품이 많아 숨 가쁘게 발만 찍고 오는 여행을 거부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맞춤인 듯 딱 맞았고,

숙소 또한 외곽지로 빠지지 않고 도심에 있어 일정이 끝난 저녁시간을 카페를 간다던가 간단한 쇼핑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덤으로 딸려온 방과 후 자율학습처럼...




또한 무엇보다도 이십 명 정도의 모객 모집으로 그 대부분이 15명 이하의 인원으로 진행되었고,  대체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여행기간 동안 얼굴을 붉힐만한 작은 충돌도 없이  일정을 마칠 수 있어 그 또한 만족스러웠던 부분이었다.



그렇게 H여행사의 상품으로 한 나라씩을 십 여국을 다녀왔으니 H여행사에게 나는 썩 괜찮은 진심고객이었을 것이다.


이번 여행 또한 직항 전세기를 띄워 비즈니스석으로 진행하는 상품이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쵸이스 했다.

국내 인솔자 없이 진행되는 상품이라 출국과 방문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 등은(ETA, ESTA)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미주 쪽 여행은 2009년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자유여행 이후 처음이라 캐나다의 입국신고서가 기내에서 나눠주는 지류서식으로 작성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라운지에서 느긋한 간식타임을 갖고 있는데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내에 지류신고서 없어져서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웹에서 신청하고 승인 후 메일로 QR코드를 받아야 한다는...




어쨌든 낯선 공항에서 기다랗게 줄 서서 키오스크에서 입국심사서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Arrive CAN를 통해 입국, 세관신고를 어플로 부랴부랴 작성하고 ok를 받았으니 QR코드는 메일로 전송된다기에 퀘벡 도착쯤에는 QR코드가 전송되었으리라 생각하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메일을 열어보는데 감감무소식.


별 수 없이 한국어가 지원되는 키오스크에서 진행하는데

OK싸인이 떨어지지 않고,

입국심사 직원의 안내를 받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의 불안감..

다른 사람들은 별문제 없이 출력된 신고서를 들고나가는데...

혹시 잘못됐나 하는 생각에 세 번을 해 봤으나 키오스크의 냉정한 답변은 똑같았다.

문제가 있으니 직원의 안내를 받으라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 앱에서도 승인싸인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직원을 찾아가 키오스크 인쇄지와 여권을 내미니 사람 좋은 웃음을 만면에 가득 채우며 친절하게 신속히 처리를 해준다.

그리운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덕담까지 해주니 그동안의 헛된 수고와 근심이 위로를 받는 듯했다.




그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의 허둥댐을 지켜보던

부부가 있었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가니 환한 얼굴로

수고했다며 우리를 맞는다.



그 인연으로 서울에서 온 부부와 우리 부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남편은 냉동분야의 기술사, 아내는 화가다.

우리는 서로에게 편안한 한 팀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현지가이드를 만나러 가는데,

공항에는 H여행사 피켓을 들고 있는 가이드 네 명이 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전세기에서 내린 모든 사람이 그곳에 모여 있는 듯했다.

두리번거리며 우리에게 배정된 3호 가이드를 찾아가니 그의 앞에  유난히 더 많은 사람들이 단체 수학여행을 온 말 잘 듣는 학생들처럼 피켓을 든 가이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사람들이 몹시 많아 다소 염려스러웠지만 설마...

거의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같은 회사 상품에 비해 그 비용이 곱절이나 비싼데 이 많은 사람이 전부? 하는 다소의 방자함이 내게 있었으나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 진심고객의 입에서 절망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방자한 염려는 온전하게 내 것이 되었다.


모객 접수순으로 이름이 배열되어 그 이름을 확인하는데 그중 내 이름이 첫 번째로 호명되었다.

.

이 여행사의 상품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이후 나와 남편은 1조 호명된다.

인원확인이 끝난 후 가이드에 우리 팀이 몇 명이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은

"40명인데 좀 많죠?"

나는

"좀 많다가 아니라 엄청난데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그래도 십억도 훨씬 넘는 2024년형 최최신형 56인승 버스가 배정됐으니 괜찮을 거예요"

속으로 꿍시렁 거 린다.

"너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1도 괜찮지 않다.

돼지몰이도 아니고

나는 그냥 젠장할...이다"


나는 괜찮을 거라는 그 40명의 어른들과 함께(아 그중에 젊은 부부의 초등학생아들 두 명이 있다)

그의 말대로 지금껏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56인승의 십억이 훨씬 넘는 2024년 최최신형 버스를 같이 타고,

같은 호텔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단 한 사람의 인솔 아래 긴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때로는 긴 줄을 서서 기다리며...

갑자기 유년시절의 교실이 생각났다.

바글바글...

정확한 표현이었다.

기겁할  일이다.




내 패키지여행의 역사 이래 이런 당혹스러움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가장 많은 인원이 스무 명이었다.


우리 팀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은 아주 한가로운 인원 정도로 팀이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사람들의 달라진 니드이다.

고비용을 지출하더라도 나의 편안함과 다소의 품격을 유지하고픈 욕망!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으니...


그 결과 코로나19 팬더믹이 해제된 이후 항공좌석을 마일리지로 업그레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그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마일리지는 패키지여행의 좌석 승급으로 사용할 기회조차도 없어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어느 순간 퇴적층으로 굳어져 버려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이 여행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이 여행이 끝나면 H관광과 절연할 것이다.

H관광은 나의 절연에 눈곱만큼도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며,

절연 사실조차도 결코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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