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Wrong Fit은 이렇게 시작됐다

by 미생팀장


김영호 책임 이야기가 정리된 뒤,
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고,
일정은 큰 차질 없이 굴러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히 문제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문제는, 그 평온함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한민석 책임은 여전히 팀에 있었다.


자기 몫의 일은 해냈고,
보고도 제때 올렸다.
업무 태도만 놓고 보면
트집 잡을 만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회의가 반복될수록
미묘한 어긋남이 쌓이기 시작했다.


의견을 묻는 순간이면
그는 늘 비슷한 말을 했다.


“그건 예전에 이미 해봤던 방식입니다.”
“현실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말이 반복될수록
회의의 결론이 점점 단순해진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시도는
시작하기도 전에 멈췄고,
팀원들의 말은
점점 짧아졌다.


회의가 끝난 뒤에야
조심스러운 말들이 따라왔다.


“팀장님,
아까 그 방향… 그냥 그렇게 가는 건가요?”


질문은 항상 비슷했고,
끝에는 늘 같은 말이 붙었다.


“괜히 문제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요.”


팀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말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었다.


회의실 안에서는 조용해졌고,
회의실 밖에서 질문이 늘어났다.


나는 그 차이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김영호 책임이
내 자리로 찾아왔다.


“팀장님,
요즘 팀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회의 때는 다들 조용한데,
끝나고 나면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세요.”


“제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황이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특정 사람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팀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팀장으로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는 것도.


그때의 나는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건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리가 맞지 않는다’는 신호에
훨씬 가까운 문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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