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정면 돌파 말고, 다른 선택

by 미생팀장

나는 그를 따로 불렀다.
회의도 아니었고, 즉흥적인 자리도 아니었다.
면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고,
그 시선은 계속 김영호 책임을 향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막아서는 대신,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면담에서 나는 프롬프톤 이야기를 꺼냈다.


단순한 행사 제안이 아니었다.
이 과제가 어디에 놓일지,
왜 지금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메시지를 조직에 던질 수 있는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AI라는 키워드가
유행처럼 소비되는 게 아니라,
개발자 문화 안에서
실제로 쓰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
컨퍼런스와는 다른 결의 무대가
지금 팀에는 필요하다는 점.


나는 그걸 전략의 언어로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중간에 끼어들지도,
바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설명이 끝났을 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가 물었다.


“그럼…
이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요.
우리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방향의 일부입니다.”


그날 이후,
그는 컨퍼런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프롬프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구성, 일정, 참여 방식.
자료는 빠르게 정리됐고,
아이디어는 점점 구체화됐다.


관심이 옮겨갔다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다만,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혼자서 일했다.
논의보다는 완성본을 가져왔고,
공유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팀과 함께 만드는 그림이라기보다,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이는 느낌.


나는 그 변화를 보며
한 가지를 분명히 인식했다.


프롬프톤이라는 과제는
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 시점에서
팀을 보호하는 데에는
필요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없앤 건 아니었지만,
문제가 번지는 속도는
확실히 늦췄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해결이 아니라
관리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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