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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PE Oct 15. 2024

봉탁 10. 합이 맞아야

서로 함께해야 재미가 있다

탁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스포츠다. 상대가 있어야 게임이 성립되기에, 봉탁은 탁구장에 갈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은 어떤 회원과 탁구를 치게 될까?’ 탁구대에 서기 전부터 이미 상상 속에서 다양한 경기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그저 공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봉탁에게는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봉탁은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공이 자꾸 라켓을 벗어나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원하는 대로 치고 싶은데 그것이 잘되지 않았다. 아무리 집중하고 힘을 써도 공은 생각과는 다른 궤적으로 날아가 좌절감이 몰려왔다. 특히 실력이 좋은 회원들과 함께 경기를 할 때면, 봉탁은 더욱 주눅이 들곤 했다. 상대방이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는 것 자체가 미안했고, 자신이 그들의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봉탁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이 가쁠 정도로 뛰었지만, 고수들은 여유롭게 공을 주고받으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들과 나란히 경기에 서 있는 자신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탁은 탁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더 잘하고 싶었고, 탁구의 재미를 진정으로 느끼고 싶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한 나이대와 실력의 회원들이 동호회에 많이 들어왔다. 그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봉탁은 부담을 덜 느끼게 되었다. 탁구장은 이제 더 이상 혼자서 외롭게 노력하는 공간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공을 주고받는 즐거운 장소로 변해갔다.


영철과 철민은 늘 같이 탁구장에 오곤 했고, 탁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운 조형은 늘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며 봉탁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원태, 품질부서의 양철, 경순 등도 봉탁과 함께 탁구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저 운동을 넘어서, 사람들과의 소중한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용인, 수원, 인천 멀리서 오는 회원들에게는 존경스럽기도 하였다. 정말 열정에 봉탁은 감탄을 하였다.


탁구는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며 치는 운동이다. 봉탁은 이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나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탁구에는 ‘부수’라는 것이 있어, 1부에서 9부까지 실력에 따라 나뉜다. (오픈, 지역 등으로 더 세분화 하기도 한다. 그만큼 동호회 회원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부수가 다를 경우, 핸디캡을 주고 게임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경기를 해야 탁구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봉탁은 "나는 몇부 일까? 10부 정도 될꺼야!"라고 혼자 생각을 했다.


물론 실력을 더 향상시키려면 상위 부수의 회원들과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봉탁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봉탁은 자신의 실력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서로 즐거움을 나누며 탁구를 치는 동호회 분위기가 봉탁이 탁구장에 자주 나오는 이유가 되었다.


다른 동호회에서는 회원 수가 적어 레슨이 끝난 후에는 잠깐 경기를 하다가 바로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에 비해 봉탁이 속한 동호회는 회원 수도 많고,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었다. 언제나 함께할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과의 경기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봉탁은 그 점에서 자신의 동호회가 얼마나 행복한 공간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탁구는 이제 봉탁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서로의 실력을 존중하고, 경기를 통해 소통하며,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함께 성장해가는 그 과정을 봉탁은 점점 더 소중하게 느끼게 되었다. 탁구는 관계의 스포츠였고, 봉탁은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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