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는 만큼 알게 된다.
봉탁은 탁구를 치며 때때로 실력이 출중한 회원들과의 경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영환, 기승, 준호는 모두 탁구장에서 잘 알려진 고수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탁구를 칠 때면, 봉탁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공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거나, 실수를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긴장감이 커졌지만, 그들은 늘 여유로운 미소로 봉탁을 대했다.
"잘했어! 지금 자세만 조금 더 신경 쓰면 더 좋아질 거야."
영환이 봉탁에게 스윽 다가와 친절하게 조언해 줄 때면, 그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마음 한 켠에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들은 분명 더 실력 있는 사람들과 치는 게 즐겁겠지. 왜 나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봉탁은 궁금해졌다. 실력이 뛰어난 그들이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탁구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탁구장에서 실력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달랐다. 경기가 끝난 후, 봉탁은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공을 받을 때의 미세한 타이밍이나 스윙의 궤적을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나도 이제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배운 것을 전해줄 수 있을까?" 봉탁은 탁구장에 찾아오는 초보 회원들을 보며 결심했다.
초보 회원들과 함께 탁구를 칠 때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그들은 공을 놓치기 일쑤였고, 공이 일정한 방향으로 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때로는 아무리 집중해도 공이 제대로 넘어오지 않아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봉탁은 그 속에서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이 초보일 때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보여준 여유와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 내가 배웠던 것처럼, 나도 이들에게 여유를 가지고 알려줘야겠구나."
초보자와 함께 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더욱 명확해졌다. "내가 길을 가르치면서 정작 내가 그 길을 제대로 걷고 있나?" 봉탁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초보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면서도 자신이 말한 것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봉탁은 마음을 다잡았다.
"탁구는 경쟁이 아니야.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실력 차이가 있어도 고수와 치면 영광이고, 하수와 치면 내가 배운 것을 돌려줄 기회야."
이제 그는 탁구장에서 어떤 상대와도 즐겁게 경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중요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도 더 나은 탁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봉탁은 이제 탁구를 단순히 운동이 아닌 인생의 작은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고수와 치면 존경심을 배우고, 하수와 치면 배려와 인내를 배우는 것. 그런 태도가 봉탁을 더욱 성숙한 탁구 선수로,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회원들은 결국 비슷한 실력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봉탁은 자신만의 속도로, 즐겁게 그리고 꾸준히 탁구를 치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