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 동호회는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오랜만에 다시 탁구를 시작하는 사람, 또 어떤 이는 탁구 라켓을 처음 잡아본 사람, 혹은 군대나 대학 시절 가볍게 해봤던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동호회에 등록하고 있었다.
비록 선배, 후배의 개념은 딱히 없지만, 은근히 언제 동호회에 등록했는지 따지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처음 가입한 시기를 얘기하며, 마치 경력이 실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기승 회장은 새로운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눈여겨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의 눈은 자연스레 새로운 회원의 실력을 평가하고 있었다. 이건 단지 개인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탁구 경기의 특성상 서로의 실력을 맞춰야 하는 이유에서였다. 탁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파트너나 상대방의 실력에 따라 경기의 재미와 몰입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승 회장은 초보 회원이 가만히 쉬고 있을 때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왜 가만히 있어? 빨리 들어가서 쳐봐."
이렇게 말하며 신입 회원들이 주저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그는 특히 복식 게임을 잘 조율했다. 잘하는 사람과 초보 회원이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하도록 조합을 맞추면서, 어느 정도 실력 차가 나도 서로가 재미있게 경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보자들도 자연스레 복식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우고, 파트너와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협력하는 법을 익혀갔다. 이게 봉탁이 속한 동호회의 큰 특징이었다. 누구든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승 회장이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배려와 친절이 넘치는 분위기 덕분에 처음 오는 회원들도 쉽게 적응했고, 동호회의 회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기승 회장은 절대 동호회를 일부러 홍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는 사람은 말리지 않지만, 억지로 초대하지는 말자."
그가 늘 강조하던 원칙이었다.
어느 날, 조형이 갑자기 봉탁에게 물었다.
"야, 네트가 맞아? 아니면 레트가 맞아?"
봉탁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공이 네트에 걸렸으니 네트가 맞지!"
그러자 조형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건 '레트'가 맞아. 네트는 잘못된 용어야."
봉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봤다. 조형의 말이 맞았다. 탁구에서 정확한 용어는 '레트'였다. 작은 것도 정확히 알고 가르쳐주는 준형의 세심함에 봉탁은 새삼 감사를 느꼈다.
조형은 또한 라켓을 여러 개 가지고 다니는 열정적인 회원이었다. 봉탁은 그가 라켓 러버를 직접 붙이는 모습에 감탄했다. 라켓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람임을 깨달으며, 조형의 진지한 태도가 봉탁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봉탁은 이를 자신만의 연구과제로 삼았다. 탁구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보고, 여러 번 돌려보며 눈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이제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어떤 스포츠이든 그 분야의 전문용어가 있다. 그 용어에 대한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