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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ul 22. 2021

누군가의 냄새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권력

사람이 꽉 찬 퇴근길 트램에서 모르는 남자가 나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생선 냄새가 난다고. 공공장소에서 그런 말을 들어 본 게 처음이라 뭐? 라고 되물었고, 근처에 앉아있던 남자가 재빨리 나와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섰다.


나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아이 앞이라 더욱 창피하고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었다. 아이는 아직 레이시즘의 레 자도 모르지만 그 남자가 자꾸 우리를 쳐다보는 걸 느끼며 "엄마... 저 아저씨 빨리 내렸으면 좋겠어..." 라고 나에게 속삭였다.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충격으로 먹은 생선이 얹혔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점심으로 생선 구이를 먹었다. 사람이 많은 트램에 부대끼다 보니 생선 냄새가 더욱 가깝게 났을 수도 있다.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미안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냄새가 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친절한 일일까? 더운 날 공공장소에서 나는 암내, 노숙자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 같은 것들에 대다수는 침묵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한 서로의 양해다. 그리고 그 양해는 두 가지에 기반하고 있다. 자신의 체면 또는 존엄을 지키려는 생각과 다른 사람의 체면/존엄을 지켜 주려는 생각 .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을 지켜 주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그 다른 사람이 나보다 센가 아닌가에도 달려 있다. 그래서 옆자리의 하이바이(High-Visibility- 건설 현장 등에서 많이 입으심) 셔츠를 입은 근육질 기술자에게 나는 암내는 참는 사람이, 다른 문화권 사람에게서 나는 어떤 냄새는 거리낌 없이 코멘트를 한다. 또 고등학생 떼가 떠드는 소리나 술을 마시는 이웃들이 내는 소음은 참는 사람이 아이가 떠드는 소리에는 그렇게 민감하다.



도서관에서 아이가 활동하는 동안 나는 정신을 회복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아이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겉모습에 대한 말을 크게 하면 안돼. 그럼 그 사람이 속상해. 아까 그 아저씨가 엄마한테 생선 냄새가 난다고 해서 엄마가 속상했던 것처럼." 아이는 알았다고 했지만 바로 그 날, 트램에서 체격이 큰 여자분 앞에서,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뚱뚱해?" 라던가 체구가 특별히 작은 남자 앞에서 "엄마, 저기 좀 봐. 저 사람은 진짜 키가 작아."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는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자신의 체면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많이 배워야 한다. 각각의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약하게 보이지 않을지,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악의 없는 코멘트들을 어떻게 웃어 넘겨야 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배워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차 없이 아이와 함께 다니는 것은 참 많은 공부가 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분을 가까운 곳에 잠시 인도해 드리기도 하고, 지체 장애인 분과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홈리스인 분들도 자주 타신다. 인종차별 코멘트는 두 번 당했는데, 매번 주변 사람들이 도와 주어 참 다행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 또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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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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