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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Jul 03. 2022

Ep 10. 팝업의 기쁨과 슬픔

2022년 상반기의 갓생 살이


: 에필로그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할 수는 있을까, 오픈은 할까, 그냥 못한다고 할까, 끝나긴 할까 했던 팝업스토어가 바로 오늘 (6/12) 끝난 것이다. 나에게 이 팝업스토어는, 모태 INFP였던 내가 (네넵이와 같은 MBTI이다) INTJ가 되어버린, 그런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INFP와 INTJ는 결 자체가 다른 MBTI인데 말이다.


공감능력과 인류애를 잃어버린 INFP


산을 넘었다는 뿌듯함이 있지만, 길지 않은 직장생활 중 가장 큰 고비였고 그만큼 아찔했다. 나는 디자인팀의 일개 카피라이터일 뿐이고, 처음인 일로 가득했다. 주로 혼자 끄적이며 일했었는데, 내/외부와 협업하고, 비용도 보고, 점과 선에 사는 2차원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공간을 기획해야만 했다. 특히 비용과 공간, 굿즈는 갓생기획 모든 구성원과의 협업이 없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매일같이 큰 짐을 업고 출근하고, 짐을 더 싸서 퇴근하는 기분이었다. 고단하게 시달린 날에는 물멍을 하면서 새 구경을 하고, 집에 와서 큐브를 맞췄다. (그렇게 큐브왕이 됩니다) 그래도 항상 뭔가를 하는 꿈을 꿔서, 일어나도 찌뿌둥했다. (심지어 오픈하고 나서도!) 특히 팝업 오픈 전 후 1주일은 종일 부어 있어서, 진지하게 마늘 주사 같은 걸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병원 시간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상당히 큰 각오와 체력이 필요할 것 같다.


물멍할 때마다 보는 사냥을 더럽게 못하던 새 ㅠㅠ



 하지만 분명히 팝업스토어만의 매력은 있다. 예전에 영상 광고를 할 때도 협업을 많이 했지만, 팝업의 협업은 차원이 달랐다. 카피, 공간, 디자인, 마케팅, 상품 등등 모든 것의 총집합 같은 느낌.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잔뜩 예민해져 버렸지만, 그만큼 결과물이 굉장히 신선하다. 오픈 전날 팀원들과 한 땀 한 땀 세워 나가면서 새벽에 유령처럼 귀가하고, 아침에 좀비처럼 만났기에 다 같이 만들어냈다는 뿌듯함은 어떤 프로젝트보다 진하다.


앗 여기 왜 우리의 속마음이...


 게다가 다른 디지털 매체와는 달리 고객과 바로 만날 수 있기에 즉각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다. 그만큼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객이 이런 포인트를 좋아하니 여기를 더 디벨롭해봐야지, 이런 피드백이 있었으니, 여길 보완해 봐야지 하는 식이다. 사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굉장히 큰 재미이자 행운이다.  


무무씨 팬클럽을 가장한 프로염탐러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면서 잡은 작은 목표가 있었다.



1.     갓생기획실에 온 고객들이 네넵이의 하루 일과를 보면서 ‘김네넵, 나 같네’ 하고 공감하는 것

: 우리 모두는 언젠가 김네넵일 것이고, 김네넵이며, 김네넵이었기 때문에,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공감을 유도해보자.


2.     지금 당신 인생, 그래도 꽤 괜찮아요. 계속 가보자고요! 하는 심심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넬 것

: 갓생… 참 쉽지 않군요. 하지만 이 또한 갓생 아니겟어요. 시작이 반이라는데 열심히 하겠단 다짐만으로도 멋지잖아요. –갓생기획 엽서 中-



이 두 가지 작은 목표는 ‘음침한 네티즌의 데이터’에 기반했을 때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갓생기획실을 보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ex.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네, 요즘 애들은 이런 하루를 보내는구나, 갓생 한번 살아볼까) 그걸로 ‘팝업 기획’에서의 소통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갓생기획 상품을 마주하면 한번 피식하고 다가가 보는 것, ‘갓생러’들이 ‘갓생러’를 위해 열심히 만들어 본 그 상품’을 한 번쯤 눈여겨 봐주는 것. 그게 최종적인 바람이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활용해보며 갓생 살아보려 한다.




그럼 갓생기획실
안녕,

안녕,

안녕!!









* 프로젝트 후 작성한 개인 후기입니다.

* 기획 과정/관련 작업 사항을 가볍게 다루며, 그 때의 상황 위주로 작성하는 일기 형식입니다.



#갓생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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