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 든다. 없으면 안될 것 같았던 신랑도 나의 마음과 내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은 채 날 떠났다. 어릴 적부터 생각했다.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타인의 시선을 늘 의식했고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왔던 나 자신을 새삼스레 더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늘 나 스스로 나에게 위로하듯 상대방 탓으로 돌려야 했던 나 자신은 어쩌면 날 스스로 아주 많이 아끼고 사랑하려 한 것 같다.
못 보면 죽을 것 같았던 사람이 내 곁에서 없어졌을 때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아이와 같았던 그 순간이
오늘 다시 생각이 든다. 사별 후 10년 만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인 것 같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부부가 늘 함께 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다. 현실은 다르다고 다들 말한다. 쇼윈도 부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난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부부가 같이한집에 한 이불속에서 사는데 '척' 하며 살 수 있을까?
의리로 산다는 말,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 이런 말을들을 때마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한 번도 제대로 함께 했었던 적이 없었기에 늘 결여되어 있었던 나 자신에게. 늘 안쓰러워서 나 스스로. 타인을 대할 때 방어기제를 많이 사용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그래 왔던 거 같다. 동생이 생겨 처음으로 엄마 곁에서 분리를 겪은 그때의 나는 아마도 의존 대상에 의한 불리 불안을 심하게 겪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결되지 않았던 상처가 내 무의식 안에 존재하고 있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나였다.
결여된 나의 어린 성장기 시절 그 상처는 지금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많이 좋아하고 사랑을 하면 상대방이 내 곁을 떠난다고 사별하고 난 뒤에 더 많은 확신을 하고 살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