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Jun 23. 2023

슬픔은 남겨진 이의 것

랑이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 슬픈 사람은 다른 이에게 많이 친절하고 눈부시게 밝고 환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한 때 나도 그런 얼굴을 한 적이 다.


비늘 같은 바늘이 반짝이는 별처럼 내 안에서

소리 내며 부딪힐 때,


웃고 있었지만 눈이 슬펐던 내 얼굴.


갑작스러운 친구와의 이별이 혼란스러운 나는


메쓰꺼운 속처럼 며칠은 입맛을 잃었고

멍 난 가슴이 메꾸어지기라도 하듯

하루는 고속도로위를 질주하였는데,


너는 괜찮으냐며

 곳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기를 돌려

꺼이꺼이 소리 없는 울음 터트리고 말았다.


어느 날 선술집에서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나는  습관처럼 반가운 얼굴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겠지만,


오래전 내 기억 속에 박제된

흰 두루마기 입고 등성이 넘어가던

아버지의 슬픈  얼굴처럼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겠지만

푸른 하늘에 양 떼 같은 흰구름 떠다니는 날에

무표정한 친구의 담담한 얼굴 떠올리며

내 눈가에 이슬 같은 눈물 서리겠지.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는 말이 없고

오늘 내 얼굴은 형광등 불빛처럼 환하다.


슬픔은 언제나 남겨진 이의 것.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이 오는 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