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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10. 2023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부창부수인 부부



올케가 결혼을 하여 우리 집으로 시집을 왔을 때 엄마 생신상이며 명절 모임 등 가족이 모일 때마다 나는 내 돈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였다. 내가 둘째를 낳았을 때는 아이도 없고 집에 있는 올케에게 엄마는 몸조리를 시켰는데 미역국도 끓일 줄 모르는 새댁에게 끓이는 방법을 가르쳐가며 나는 겨우 몸조리를 마쳤다. 첫째가 어려서 조리원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산후조리를 한 나는 한 달 후 동생부부가 집으로 돌아갈 때 조리원보다 더 후한 금액으로 계산을 하였다.


재작년에 어디에 투자를 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난리를 친 이후로 소식이 뜸하였던 남동생이 추석 전, 내게 전화를 하였다. 그 일로 퇴근 후에 주유소에서 알바를 하던 남동생은 다른 일을 한다며 새로 오토바이를 구입하였는데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가 고장이 나서 고쳐야겠다 다시 회비를 빌려 달라는 전화를 하였다. 나는 '이 돈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앞으로도 쓸 일이 없으면 네가 낸 만큼 다음에 돌려줄 테니 그리 알고 내게 저축해 놓았다고 생각해라'는 답장을 보냈는데 남동생은 알았다는 답신을 하였다.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 삼 형제가 다달이 오만 원씩 낸 회비는 다음에 함께 가족 여행을 가자며 남동생이 제의를 하여 모은 돈이었다. 이것으로 엄마 생신도 챙기고 봄가을에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을 하였는데 엄마 생신 때도 회비를 쓰는 대신 남동생은 형제가 나누어서 부담을 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쓰지 않고 모은 회비를 시골집 기와를 새로 얹는다거나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는 등 일부 사용하고 그대로 저축을 하였는데 사고가 생긴 이후로 남동생은 수차례 회비를 라는 문자를 보냈다.


내 집도 없고 아이마저 어릴 때 엄마 허리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나는 이미 많은 돈을 썼다. 얼마 전까지도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엄마 생신상은 내 돈으로 치렀는데 집에 남아도는 치약대신 소금물로 양치를 한 엄마는 충치가 많은 데다 수술 후 관리하지 않은 척추질환으로 뇌경색이 와서 병원비에 간병비 그리고 틀니까지 고스란히 내가 부담을 하였다. 그 이후로도 크고 작은 일을 책임졌는데 남동생은 재작년 사기를 당했다 말하며 올케와도 이혼을 하였다는 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혼을 하였다는 남동생의 말과 달리 매달 올케이름으로 회비가 들어왔다. 남동생이 우리와 함께 일을 할 때 지각을 한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전화질을 할 때에 올케는 남의 집 불구경 하듯 가만히 있었는데 회사를 나간 이후로 일을 소개를 해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확인도 없이 대뜸 핏대를 세우며 전화를 하여  나는 더 이상 엮이기 싫어 목소리를 차분히 깔고 자초지종 설명을 하였다.


내가 둘째 몸조리를 할 때 후하게 주었음에도 올케는 마치 받을 것이 더 있다는 듯 '다음에 힘든 일이 생길 때 많이 도와주세요'라는 말은 남겼다.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나서 집에 갈 때마다 부부가 다투어 나는 '앞으로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싸우면 너희 집에 발길을 끊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동생이 처음 회비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눈가의 꼬리가 올라가며 위아래도 없이 자신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가득 찬 올케가 또 무슨 변덕을 부렸는지 남동생은 코너에 몰렸다는 전화를 하였다. 처음에는 사기당한 금액이 몇천이라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 나중에는 억 단위가 훌쩍 넘었는데 사람이라면 크든 적든 빌린 돈은 나중에라도 갚아야 도리인 것처럼 받을 때만 좋고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고는 일만 저지르는 남동생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나는 모른 체하고 있었다.


통장에 든 엄마돈마저 홀랑 써버린 동생이 자기돈으로 회비를 낸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였다는 사람일수록 자신은 욕심이 없고 깨끗하며 순진하다는 착각을 하는데 마음속 깊이 도사린 사기꾼 근성이 결국 더 큰 사기꾼을 만나 사기를 당한다는 이치를 안다면 거짓말을 하고 비밀이 많은 동생부부가 이번 기회에 나는 정신을  차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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