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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13. 2023

이른 새벽


오늘 아침에도 일찍 눈을 떴다. 침대 옆에 밤새 충전을 한 휴대폰 커버를 여니 시각은 AM 5시 30분.


조금 더 자자 하며 눈을 감아 보았지만 다시 잠이 더 올 것 같지 않아 뱀이 껍질을 벗 듯 스르르

이불속에서 빠져나왔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여느 때처럼 차를 끓이고 밖을 보기 위하여 창가에 다가섰다.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어스름하게 여명을 밝힐 시간이지만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가을의 이른 새벽은 아직 어둡기만 하다.


사람을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른 새벽에 날이 밝다면 지난여름처럼 아침 산책을 나갈 수도 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거실 앞 창가 쪽으로 다가선다.


앞동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나처럼 일찍 잠을 깬 사람이라도 있는 것인지 부엌의 쪽문으로 불을 밝힌 집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어느 누군가 책이라도 읽는 것일까 또는 집을 일찍 나서는 가장을 위하여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처럼 이유 없이 잠이 일찍 깨어 거실을 서성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나는 혼자 짐작을 해보았다.


차를 한잔 마시고 찻잔에 물을 가두어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며 나는 창가에 서서 메인도로가 있는 저 멀리 찻길에 다시 눈길을 둔다. 어느새 차가워진 새벽 공기를 막은 창문 틈사이로 한두 대씩 차가 달리는 것이 보이는데 다른 날과 달리 어젯밤 일찍 잠들어 나와 함께 잠을 깬 남편에게 이 새벽에 저 차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고 무심히 나는 물어보았다. 잠든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던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차들이겠지 라며 흘리 듯 말하는데 출근을 해 본 지가 까마득한 기억으로 아, 그렇구나 오늘을 살기 위하여 이른 새벽부터 바삐 하루를 시작하는 누군가를 떠올려보았다.


나이 듦이란 이런 것인가. 다른 사람이 잠들고 있을 시간에 일찍 눈을 뜨고 새벽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어느 목사님처럼 나이가 드니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지는 횟수가 늘어나며 모두 잠든 시간에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보다 되돌아보며 성찰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관조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든다는 것이 나는 점점 좋아지려고 한다.


오늘 아침 다른 날 보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며 차를 모두 마시고 다시 밖을 보니  노을이 흩어진 남쪽 하늘은 어느새 창백한 푸른빛을 띠는데 잠깐 나는 상념에 잠기다 집을 나서는 가족을 위하여 서둘러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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