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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25. 2023


지난 구월에 남편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 하였는데 추석을 보낸 시월의 어느 휴일 날, 우리 가족은 일박이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봄에 홀로 차엑스포에 다녀온 여운이 남은 데다 한적한 곳에서 안식을 하고 싶은 나의 바람에 부합하여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지리산 줄기에 자리 잡은 하동은 녹차 시배지와 화개장터 그리고 쌍계사가 유명하였다.


떠나는 날 아침 우리는 갈아입을 옷과 소지품 그리고 휴대폰 충전기를 가방에 넣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차에 올랐다. 집에서 출발하여 삼십 분 조금 넘게 달리자 휴게소가 나왔는데 그곳에서 아침을 먹기 위하여 차에서 내리고 보니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가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많이 북적거렸다.


아침을 먹은 후에 커피를 마시고 나서 우리는 목적지를 항하여 다시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남편이 진주에 잠시 들러 개천예술제를 보자고 말하였는데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가 정체되어 우리는 다시 차를 돌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렸다. 삼사십 분 달리니 하동으로 들어가는 톨게이트가 나왔는데 재첩이 많이 나는 섬진줄기를 따라 한참을 달리우리가 미리 예약한 숙소가 보였다.



체크인을 하기에 이른 시간이라 우리는 차를 마시며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더로드 101이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나서 커피숍으로 향하는데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너비의 길목에는 철로 만든 아치에 덩굴나무가 걸려있어 인상적이었다. 실내로 들어서니 그곳에서 나는 녹차와 꿀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차를 주문하고 나서 우리는 양쪽으로  큰 창문이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화분이 있는 소파에 앉거나 책장 앞 계단에서 사람들이 차를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눈길을 돌리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봄에 차 엑스포를 보기 위하여 혼자 왔을 때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는 부산에서 온 도우미의 말을 듣고 찾아간 단금정이 있는 정금차밭이었다. 정자 아래 차밭이 있는 길에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티브이 광고에서 본 익숙한 풍경에 사진 몇 장을 찍고 나서 장식장에 올릴 세 마리 부엉이 공예품과 나무로 된 수저 한벌을 사서 늦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숍을 나서니 그사이에 하늘은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근처에 있는 숙소에 차가 도착하자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한산하였는데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올라가 배정된 방에 짐을 풀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봄이면 벚꽃이 만발한다는 십리길과 화개천이 밝은 햇살아래 다소곳하였다.


우리는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저녁을 먹기 위하여 밖으로 나왔다. 그사이에 소낙비가 그친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는데 십 분쯤 걸으니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점이 나왔다. 거기서  한정식인 더덕구이 정식을 먹었는데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우리는 피로를 풀 겸 반신욕을 하였다. 하노끼탕은 편백나무로 만들었는데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니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 순서대로  반신욕을 즐긴 후에 막내는 습관처럼 프런트에 야식을 주문하였는데  좋아하는 치킨이 오자 남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창문으로 비친 여명에 나는 일찍 눈을 떴다. 기지개를 켜며 베란다로 나와 밖을 보니 이슬이 기침하기 전인데  앞산의 초록초록한 나뭇잎을 바라보다 나는 얼른 씻고 나서 식구들을 깨웠다. 아침을 먹기 위하여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니 부지런한 사람들이 조식을 먹고 있었는데  아침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신다음 쌍계사를 보기 위하여 우리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쌍계사는  일박한 숙소에서 몇 킬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후에 일주문을 지나는데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드문드문  구경을 하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곧게 뻗은 대나무를 지나 대웅전을 둘러보았는데 대웅전 옆 단을 한참 오르니 절뒤편으로 감나무를 심어져 있는 금당이 나타났다. 금당옆에 있는 절 마루에 앉아 다리를 쉬는데 사람들이 절을 둘러보고 나서 마루에 걸터앉았다. 우리는 고개를 들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다 다시 대웅전이 있는 앞뜰로 내려왔는데 한번 더 경내를 천천히 돌다가 약수가 나오는 곳에서 목을 축인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쉼이었다. 한 가지 책으로 독서를 하면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하여 다른 책을 읽는 것처럼 라틴어인 "Otium" 즉 유유자적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과 진정한 기쁨을 얻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복잡한 도심의 일을 잠시 접어두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도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바람을 담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내일을 위한 충전이자 진정한 휴식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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