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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19. 2023

가을 여행

선운사를 다녀와서


시월 마지막주의 주말에 시승석도 할 겸  가족과 함께 나는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사를 다녀왔다.


이번 가을에는 남편이 왕산을 한번 더 가자 하였지만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와 선운사를 저울질하던 중 풍천장어에 꽂힌 막내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재작년에 다녀온 선운사를 한번 더 다녀오기로 하였다.


우리가 떠나던 날은 씨도 따뜻하고 하늘까지 맑아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물 한 병을 챙겨 가방에 넣고 나서 나는 자고 있는 식구들을 깨워 일찍 집을 나섰는데  휴게소인 함안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지만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로 이십 분을 더 달려 우리는  산휴게소에서 내렸다.


이곳은 집에서 나오면 두 번째로 마주치는  휴게소이다. 이곳 역시 단풍을 구경하려는 여행객들로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  마당을 가득 채운 관광버스를 지나 우리는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과 함께 키오스크 앞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여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 후에 우리는 각자 원하는 차를  한잔씩 테이크아웃하여 으로 나왔는데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신 후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다시 길을 떠났다.


휴게소까지는 내가 운전하고 체인지하여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운전을 하였다. 현재 달리고 있는 킬로미터 수를 차의 앞 유리창에 나타내는 홀로그램의 높낮이와 액셀을 밟지 않고도 세팅해 놓은 대로 달릴 수 있는 크루즈 기능 등 실험정신이 투철한 남편이 차를 이리저리 테스트하운전을  덕분으로 우리는 예상한 시간보다 삼십 분 더 지체하여 목적지에 도착하였는데 금강경도 식후경이라고 선운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서 멀지 않은 음식점의 한 곳에 우리는 주차를 하였다.


주차를 하고 나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점심을 먹고 떠난 무리가 있었는지 아직 치우지 못한 그릇들로 내부는 어수선하였다.  깨끗한 식탁 앉아 홀 안을 구경하며 조금 기다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메뉴판을 내밀며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풍천장어를 시켜놓고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음식을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과 함께 구이와 양념으로 된 장어 한상 가득 차려졌는데 우리는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에 다시 선운사로 하였다.


선운사는 점심을 먹은 음식점에서 불과 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절의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량들로 빼곡하였는데 빈자리가 있는 가장자리의 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나서 우리는 도보를 하며 걸었다.


높다란 산의 중턱에 있는 여느 절과 달리 선운사는  평지에 있었다. 절까지 걸어가는  양쪽길은 잎이 푸른 전나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었는데 한 손은 아들 손을 잡고 또 한 손은 남편의 팔짱을 끼고 걷다 보 어느새  우리는 선운사에 도착을 하였다.



절의 경내로 들어서자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이 산사에 울러 퍼졌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은 사람들과 스님들 앞에서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서서 귀를 기울이다  우리는 뒤쪽에 동백나무숲이 울창한 대웅전 앞으로 다가갔다.


높이 쌓아 올린 탑 같은 대웅전 앞에는 도도하게 육 층 석탑이 위용을 뽐내며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대웅전을 둘러보며 산책하듯이 걸었는데 경내를 살펴본  비리한 것을 먹어서 그런지 단것을 먹고 싶어 하는 막내와 남편을 위하여 묵주로 만든 팔찌를 파는 절의 한편에서 나는 약과 한 봉지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저수지를 보기 위하여 걸음을 옮겼다. 절 밖으로 나오니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눈에 띄는데  아름다운 풍광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는데 여념 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무를 바라보다 나도 사진 하나를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저수지로 올라가는데 도솔천을 따라 홍위병이라도 거느린 듯 괴한 나무들이  앞을 다투어 늘어섰는데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우리 눈에 먼저 인공폭포가 들어왔다.



인공으로 만든 폭포는 위에서부터 절벽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계속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몇십 분 흐르다 몇 분 쉬고 한다는데 우리가 을 때는 마침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루었다.



인공폭포를 보고 나서 옆에  길을 따라 우리는 등산을 하듯이 걸었다. 조금  중턱에는 나무로 둘러싼 요새 같은 저수지가 나타났는데 뭉게구름이 뜬 하늘과 붉은 입술 같은 백일홍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절경을 눈에 담으며  나는 가을이 무르익는구나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산책로가 있는 저수지의 언저리에서 잠시 머물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천천히 걸으며 다시 내려왔다. 금동보살좌상과 지장보살좌상을 품은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갈림길까지 내려오자  휴게소가 보이는데 우리는  아픈 다리를 쉬며 직접 즙을 낸 석류음료를 한병 사서 나누어 마셨다.


나무 그늘에서 잠깐 돌리고 나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주차장을 향하여 걸었다. 나무테크로 만든 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오자 징검다리가 있는 계곡이 보이는데 그곳이 핫스폿이기라도 하듯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나는  사진 한컷을 남겼다.



풍경인지 사람인지 사진을 찍는 사람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그것을 보며 걷다 보니 극락교에서 멀지 않은 넓은 평지가 나타났는데 고랑을 지은 밭에는 녹차잎이 푸르러 나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며 그것을 향하여 셔터를 눌렀다.


길을 돌아 다시 걸어 일주문을 향하여 걷는데 어느 단체에서 나왔는지 독거노인을 돕는다는 문구가 적힌 모금함이 보였다.  옆에는 수녀님 한분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통에 넣으며 우리는 다시 주차장까지 걸었다.  


만원이던 주차장은 그사이에 사람들이 떠났는지 빈자리가 많았다. 리는 주차장 옆 잔디가 깔린 광장의 벤치에 앉아서 잠깐 휴식을 하였는데 컵에 담긴 구운 은행을 먹으면서 향해 고개를 드니 기암괴석이 많은 도솔산은 위와 아래가 다른 인아공주인 듯 반만 물이 들어 나는 못 내 아쉬웠.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주위가 더 어두워지자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휴게소까지는 남편이 운전하고 집까지는 내가  운전을 였는데 집까지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의 정도 왔을 무렵 우리는 휴게소에서  내려 늦은 저녁을 먹은 후에 안전하게 집에 도착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짧은 편이다. 시월은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워  가깝든 멀든 가족과 함께 을 나섰는데  삼사월의 봄에는 동백꽃이 예쁘고 여름에는 백일홍과 꽃무릇이 절경이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천년고찰인 선운사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돌아와서 나는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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