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창밖을 보니 밤사이에 밖에는 첫눈이 내렸다.
여기는 한겨울에도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데 십일월에 내린 새하얀 눈을 바라보다 여느 때처럼 나는 찻잔에 녹차잎을 띄우고 물을 부어 차를 우렸다.
나는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며 다시 거실로 나와 밖을 보는데 눈이 어둠에 익자 아파트 앞마당에 심어져 있는 정원수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에는 눈이 쌓여 세상이 온통 하얗다.
연거푸 차를 우려 마시며 나는 주방과 거실 사이를 오갔는데 한 손에 따뜻하게 데워진 찻잔을 들고 창문에 얼굴을 대고 가까이 다가서니 평소에 흙먼지를 일으키던 아파트옆 학교의 넓은 운동장에도 눈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차를 홀짝이다 잠시 나는 상상에 빠졌다.
나는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되었는데 저주에 걸린 엘사가 세상의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것처럼 학교 운동장에 내린 눈을 얼리라는 주문을 외우고 얼음을 지칠 수 있는 빙상장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발목에 스케이트를 신고 빙상장을 누볐는데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을 뭉쳐 던지며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나는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릴 때 나는 마을에서 또래의 여자친구보다 남자아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과 많이 어울렸다.
우리는 나무막대기로 자치기를 하거나 작은 돌멩이를 던지며 공기놀이를 하고 그리고 겨울에는 높은 언덕에서 비료포대를 들고 타고 내리거나 얼어붙은 도랑이나 강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며 놀았다.
그리고 때로는 대문밖에서 술래잡기를 하였는데 술래가 기둥에 서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나머지는 헛간이나 광등에 숨어서 술래가 찾지 못하도록 숨을 죽였는데 햇살이 뜨거운 여름보다는 이런 놀이는 눈이 내리는 겨울에 하는 것이 안성맞춤이었다.
그리움이란 돌아가지 못하기에 아름답다 하였던가.
신이 난 아이처럼 옛날로 다시 돌아가자 나는 흥이 났다.
아이들의 함성 소리는 점점 커지고 나는 꿈에서 깨 듯 다시 정신이 드는데 아침 햇살이 퍼지자 눈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세상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소변이 마려운 강아지가 땅 위를 깡충깡충 뛰어가는 것처럼 어제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외출을 하였는데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