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운동을 다녀와서 그런지 빨리 잠이 들어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차 한잔을 마시고 나서 부엌에서 서성거리다 아침을 맞았는데 카톡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목소리를 변조한 사람이 웅성거리는듯한 부산스러운 소음이 연신 집안을 울렸다.
식구들이 아침을 먹고 나가자 나는 무슨 일인가 하며 휴대폰을 열었다. 나쁜 일에는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듯 장인이 돌아가셨다는 동창의 부의 소식에 친구들의 위로가 별처럼 반짝거렸는데 나도 한마디 위로의 말을 올리고 나서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였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 소파에 앉아 쉬는데 며칠 전 은행으로부터 만기가 도래하였다는 SM문자 온 것이 생각이 나 나는 다시 휴대폰의 커버를 열었다.
나는 지문이 약하여 애당초 잠금화면을 패턴을 그리는 것으로 설정을 하였다.
늘 하던 대로 손가락 중지로 직사각형 모양의 점선을 따라 패턴을 그렸지만 화면이 열리지 않아 다시 이리저리 그렸는데 오분 십분 하던 시간이 초과하여 삼십 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글자가 눈에 보였다.
나는 시간이 될 때까지 빈종이에 점을 찍어 경우의 수를 들어가며 연습을 하다 열려라 참깨를 다시 해 보았다.
그러나 화면은 더 이상 열리지 않고 마치 벌을 주는 것처럼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떠 나는 다시 실패를 하였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많이 당황하며 나는 에라 모르겠다 막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뭐 하며 더 이상 휴대폰 열기를 포기하고 걸레로 현관을 닦았다.
청소를 다하고 나서 다시 한번 휴대폰 커버를 열고 패턴을 그렸는데 머릿속으로 먼저 떠올리지 않고 손의 움직임에 따랐더니 그렇게 요지부동이던 화면이 쓱하고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방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너무 신기하여 나는 꿈을 꾼 듯하였다. 막내가 오기 전에 패턴을 푼 나는 밖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와 오늘 날짜로 만기 도래한 예금을 스마트뱅킹으로 재예치를 하였는데 다시는 습관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에 의지하겠다는 뜻으로 패턴을 머릿속에 잘 입력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