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연은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2024년 6월 4일 글을 다시 수정하였습니다.
작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장에 다녀간 그녀 K.
내가 부고장을 띄워 찾아온 친구 중 한 명인 그녀에게 나는 고맙다는 전화를 하였는데 받지를 않아 다시 문자를 하여내 마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동창회의 총무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단체 카톡방에 떴다.
나는 다음날 가봐야지 하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내 전화나 문자에도 답이 없던 K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장례식장에 함께 가자며 내일 다시 전화할 테니 내게 기다리라고 하였다.
나는 그러자고 하였고 몇 시에 데리러 올 것인지 묻고는 그녀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해가 떠오르고 난 후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K는 차가 수배되지 않는다며 자기는 퇴근 후에 갈 테니 알아서 가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녀와 함께 가기 위하여 기다렸던 나는 점심을 얼른 먹고 나서 한 시간 거리의 장례식장에 혼자
다녀왔다.
첫 아이 유아기 때 보고 나서 가끔 만나긴 하였지만 그녀를 다시 만난 건 몇 년 전 동창회에서였다.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함께 가자는 문자를 내게 보내던 그녀는 근처에 사는 친구들끼리 모여 계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며 신혼시절 어려움을 겪었던 일과 명절에 손위 동서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따금씩 내게 전화를 하였다.
그녀는 전화보다는 문자를 먼저 보낸 후에 말이 길어질 때에 전화를 하곤 하였는데 총무 아버님의 부고소식에는 먼저 전화를 하고 나중에 먼저 가라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내게 일어난 두 번의 사건으로 가깝다고 느꼈던 사람들과 멀어진 경험을 하였다.
첫 번째는 내가 질병을 진단받았을 때였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신도시에 살던 시절, 같은 아파트에서 만난 나보다 나이가 일곱 살 어린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할 때마다 함께 먹자며 나를 부르곤 하였다.
우리는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집안일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곤 하였는데 나의 질병을 얻은 이후에는 병문안을 오고 내가 다시 원도심으로 이사 온 후에도 집으로 찾아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곤 하였다.
내가 이사한 후에도 가끔 우리 집으로 놀러 오던 그녀에게 어느 날 내가 잘 지내느냐는 안부 전화를 하였을 때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그녀.
이름을 물어보지 않아 항상 누구네로 불렀던 그녀는 내가 이사 간다는 말을 하였을 때 "언니가 이사 간다 하니 왠지 아파트가 텅 빈 것 같다"며 많이 서운해하였다.
그렇게 이사를 오고 나서 모든 짐을 정리하고 난 얼마 후에 나는 질병을 얻었다.
병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나는 그녀는 잘 지내고 있는지 어느 날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는 언니가 아픈 거 들어서 알고 있다며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두 번째는 내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에 일어 난 일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새 아파트에 이사 오고 나서 남편옷을 사기 위하여 백화점에서 만난 그녀는 남편의 전 직장 입사동기이자 사업을 시작할 때 동업을 제안한 지인의 와이프였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물으며 안부를 전하였는데 나는 그녀가 신도시에 여전히 살고 있는지를 물었고 그녀는 현재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물어 나는 어디에 산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반갑게 만나 웃으면서 헤어지며 곧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자는 인사를 건넨 얼마 후 식사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와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말하였는데 정말 그 아파트에 이사한 것이 사실이냐는 지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아마도 시샘하여 당신 전화를 받지 말라 한건지도 모르니 남편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마라 하였다.
시절인연이란 말이 있다. 나는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내신상에 변고가 생기고 이사를 하는 등 일련의 일들로 가깝다고 느끼던 이들과 멀어진 경험을 하였다.
아래윗집에 살면서 자주 함박꽃을 피우며 내가 이사하던 날 땅이 꺼져라 한숨짓던 ㅇㅇ이네 그녀는 방과 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군무원이 되어 강원도에서 근무 중이라 들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두어 자주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솜씨를 발휘하던 나이 어린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아이와 자주 다투었는데
잘 지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동창생 K 그녀는 남편의 사업이 원활하지 않아 고생을 하였다는데 내게 문자 할 때마다 조심스러워하던 그녀가 내 아픈 과거의 약점을 들어 필요할 때만 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요즘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어느 심리학자는 인맥이 바다같이 넓어도 나이를 먹을수록 한 줌밖에 남지 않는다 하였다.
사람들과 멀어진 대신에 나 자신과 가까워지며 오롯이 집중하여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간을 보냈는데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옛말처럼 멀어진 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망부석처럼 내 곁에 남아있는 지금 사람들에게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