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대학 입학축하금을 하사한 후 한동안 잠잠하던 깐족이 (혼자 부르는 동생의 별명)는 여동생의 시모님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나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듯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누나 난데 어제 장례식장에는 잘 다녀왔나?"
"응, 다녀왔어."
깐족이는 장례식장에서 들은 여동생네 동서의 자식들을 들먹이며
" 어제 거기서 보니까 누구는 벌써 취업했던데" 라며 큰아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동생의 손위 동서는 나이는 같은데 일찍 결혼하여 서른을 넘긴 자녀들이 있다.
" 응. 지금 우리 회사일 도와주면서 공부하고 있지"
" 그래? 그럼 내가 아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월 천만원 주는데 ㅇㅇ이가 가면 될 것 같은데" 한다.
" 그렇게 받으려면 얼마나 몸을 혹사시켜야 하는지 아니? 얼마 전 뉴스에 나온 모기업 임원은 육십 초반에 세상을 등졌다더라. 그렇게 좋으면 네가 가면 되겠네" 하였다.
깐족이는 현재 다니는 직장이 있고 기술사 공부를 하다 기회를 놓쳤다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묻는다.
" 남자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 요즘은 밥솥이나 건조기 같은 가전제품이 잘 나오는 데다 배달 잘되지 우리 세대처럼 희생할 것도 아닌데 좋은 사람 만나면 몰라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다 듣고 난 깐족이는 할 말이 없는지 몸은 어떠냐는 안부를 묻고는 전화를 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한창 꿈을 꿀 학창 시절엔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늦은 밤까지 학원을 떠돌다 대학에 가고 다시 취업문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졸업을 한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기업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을 원하는 데다 채용시장은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을 하는 트렌드로 바뀌어 그 어느 때보다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지만 언젠가부터 비롯된 옆집 누구보다는 나은 대학에 가야 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 취직해야 하며 또 좋은 아파트와 좋은 차를 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비교문화가 어느새 자리 잡은 것 같다.
누가 어떻게 살든 비교부터하는 오지랖은 떨지 말고 어디에서 일하든 잘하라고 격려해 주고 힘들어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 집처리문제부터 조카의 대학진로 그러고도 일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전화하며 큰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물어보는 깐족이에게 또 당했다며 나는 당분간 전화를 받지 않으리라 다짐을 한다.